“이 하사는 119 신고하고 지혈할 거 가져와. 나는 CPR(심폐소생술) 실시할게.”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쯤 경남 창원 자은동의 한 휴대전화 서비스센터 앞 인도에서 40대 후반 남성 김모씨가 갑자기 꼬꾸라지며 앞으로 쓰러졌다.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김씨는 근처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 모습을 본 해군 2함대사령부 충북함(호위함) 소속 장혁민 상사(35·직별 무장)는 이수빈 하사(22·직별 무장)에게 119 신고를 지시한 뒤 곧장 김씨에게 달려갔다.
김씨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의식이 없었고,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 김씨는 쓰러지면서 화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피도 흘리고 있었다.
장 상사는 우선 김씨의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 사이 이 하사는 서비스센터에서 휴지를 가져와 김씨의 머리를 지혈했다.
심정지 직후 심폐소생술이 실시된 덕분인지, 장 상사가 10차례 정도 흉부압박을 했을 때 김씨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심정지의 골든타임은 4분 이내다.
이후에도 장 상사는 김씨가 다시 의식을 잃지 않게 계속해서 “상태가 괜찮느냐” 등의 질문을 통해 대화를 시도했으며, 이 하사는 지혈과 함께 팔·다리 마사지를 했다.
이 하사는 “해군에서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여러가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긴장을 안 하고 최대한 침착하게 응급조치를 하려고 했다”라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돌아봤다.
이내 구급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119대원들은 김씨를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이후 김씨는 다행히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사관은 당일 외부 업무를 보기 위해 외출을 한 상황이었다.
장 상사는 휴대전화 수리를 맡긴 뒤 이 하사와 함께 차량에 냉각수를 넣다가 바로 옆 3m 거리 인도에서 ‘퍽’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김씨를 보고 곧장 현장으로 갈 수 있었다. 그곳은 주차장 옆이라 평소 인적이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상사와 이 하사가 몸담고 있는 충북함은 원래 2함대 평택 해군기지에 소속된 군함인데, 당시에는 장기 수리를 위해 진해 해군기지에 머무르고 있었다. 충북함은 사건 바로 다음날인 20일 평택 해군기지로 돌아갔다.
특히, 장 상사의 경우 심폐소생술을 익혀야만 딸 수 있는 소방안전관리자 1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비교적 당황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심폐소생술을 받을 수 있었던 김씨 입장에서는 ‘천운’이 따랐다는 게 한 응급의학과 의사의 얘기다.
이 의사는 “5분, 10분이 지난 뒤 심폐소생술을 받아 의식이 회복돼더라도 뇌나 다른 장기에는 손상이 가기 때문”이라며 두 부사관의 응급처치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장 상사는 “누군가 응급처치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내 가족이 잘못됐을 때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김씨가 쓰러졌을 때 무조건 살리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행히 김씨의 건강이 나아졌다고 하니, 오랫동안 건강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