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백운규 배임교사 혐의 입증할 단서”
월성 1호기 원전 폐쇄 결정 전 한국수력원자력이 요구한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 보전 문제에 대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보고를 받았고 정부가 비용 보전을 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회신 공문을 보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3일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헌행) 심리로 열린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및 조기 폐쇄’ 사건 공판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업무를 담당했던 문모 산자부 전 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날 원전 조기 페쇄 관련 한수원이 비용 보전을 정부가 해달라는 요청 관련해 산자부가 한수원에 회신 공문을 보낸 과정에 대해 증언했다.
이날 증인 신문은 지난해 8월 1심 재판이 시작된 뒤 열린 첫 증인신문이다. 문 전 국장은 부하 직원들이 감사원의 감사를 하루 앞둔 2019년 12월 1일 오후 11시 24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 16분까지 사무실 컴퓨터에서 ‘월성 1호기’ 관련 문건 530건을 지우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문 전 국장은 “한수원이 비용보전을 요구해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의결 하루 전인 2018년 6월 14일 달래기용으로 ‘비용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산자부 회신 공문을 백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며 “이 공문은 A 과장 전결인데 부담스러워해 내가 전결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산자부의 회신 공문 내용은 “정부가 비용·손실 보전 문제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공문을 받은 다음 날인 2018년 6월 15일 이사회 의결로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 중단 및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그는 또 “2017년 당시 원전이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에 원전산업정책국에서 (월성 1호기 관련) 국정감사 자료를 만들어서 백 전 장관까지 보고했던 기억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5000여억 원을 들여 전면 수리한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하는 문제를 놓고 산업부와 한수원의 실랑이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증언은 백 전 장관이 조기 폐쇄 시 비용보전 부분이 중요하고 한수원은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도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 문제가 당시 중요한 쟁점이었고 한수원에서도 업무상 배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문 전 국장의 증언은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한수원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조기 폐쇄를 부당하게 지시한 배임교사 혐의를 입증할 단서로 보고 있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해 6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직권남용 등 혐의로 백 전 장관을 기소했다. 다만 기소 당시 백 전 장관이 한수원의 1481억 원대의 손해를 입히도록 지시했다는 배임교사 혐의는 적용하지 못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