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관심을 끄는 게 이해되죠. 사법연수원 동기들도 항상 신기하게 생각했거든요. 일을 잘하는데 패션 감각도 좋고, 특별히 부족한 점이 없었으니까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A 변호사가 5월 25일 ‘주간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과거 또래 검사 사이에서도 한 장관은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다고 A 변호사는 전했다. A 변호사는 “보통의 검사들이 권위적이거나 답답한 인상을 준다면 (한 장관은) 신세대 느낌이 있다”며 “검사로서 성과를 내왔는데 외모도 잘 꾸미다 보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후배”
‘한동훈 현상’이 심상치 않다.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말과 행동은 물론, 패션부터 취미까지 다방면으로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5월 26일 기준 한 장관의 팬카페 ‘위드후니’는 가입자 수가 7300명을 넘어섰다. 한 장관의 취임식 영상 역시 조회수가 153만 회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61만 회)과 문재인 전 대통령(68만 회) 취임식 영상보다 조회수가 더 많다. 한 장관의 취임식 영상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1400개)를 받은 댓글은 “장관 안 시켰으면 어쩔 뻔(했냐)”이다. 지지자들은 한 장관의 법무부 출근을 축하하고자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계단을 화환으로 채우기도 했다. 이러한 ‘팬덤 현상’에 우려 섞인 시선과 함께 “장관은 사실상 정치인이라서 대중의 평가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교차한다.
한 장관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 꼽힌다. 특수통 검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외모도 세련되고 말 또한 잘한다는 것이다. 그간 한 장관의 패션은 자주 이슈가 됐다. 그는 5월 17일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서 훈민정음이 새겨진 넥타이를 매 주목받았다. 당시 한 장관의 넥타이에는 최초 훈민정음 문학인 ‘용비어천가’가 적혀 있었다. 이외에도 한 장관은 나토 스트랩 시계, 스카프 등 각종 패션 아이템을 매칭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듯한 엘리트 이미지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요소다. 한 장관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대고와 서울대 법대(92학번)를 졸업했다.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 역시 현대고-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한 장관의 1년 후배다. 부부가 나란히 강남 8학군에서 서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이다. 한 장관은 대학 4학년 때인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연수원(27기) 수료 후 공군 법무관을 거쳐 2001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표 참조).
검사 한동훈은 ‘특수통’으로 대형 사건 수사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에서 기업 회계를 꿰뚫는 모습을 보이며 선배들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로도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과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수사팀 등에서 낮은 연조에도 수사에 크고 작은 기여를 하며 조직에서 인정을 받았다. 한 장관과 함께 대선자금 수사팀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5월 26일 전화 통화에서 “막내인 한 장관이 유독 일을 잘해 수사팀을 이끌던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당시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으로 대검 파견)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좋아했다. 예의 바르면서 브라이트(bright)한 후배라 모두가 아꼈다”고 말했다. 그 덕에 한 장관은 검찰 내 중요 부서에 자주 불려 다녔는데, 이에 대해 동기들 역시 ‘본인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여기고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 장관은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부장검사를 지내며 동국제강 회장의 횡령·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했다. 여러 기업인의 구속을 이끌어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19년 7월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되면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해 최연소 검사장 타이틀도 얻었다.
정치인과 공무원의 중간자
한 장관이 “단순히 ‘수사 잘하는 검사’에 그쳤다면 지금의 인기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 장관의 스타일을 ‘정치인과 공무원의 중간자’로 설명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 장관은 언변이 뛰어나다. 일반 공직자보다는 과감하게 말하지만, 정치인에 비해서는 정제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영역에 능력을 갖춘 동시에 정무 감각 또한 일정 부분 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검찰 재직 당시에도 수시로 언론을 통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권력에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나를 쓰지 말았어야 했다”는 등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한 장관의 언변은 법무부 장관 청문회 국면에서 국민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초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측은 ‘청문회 보이콧’ 카드를 꺼내며 장관 지명에 대응했다. 한 장관이 달변가로 알려진 만큼 섣불리 대응했다 역풍만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과거 검사 재직 시절 일약 스타검사로 발돋움 한 계기가 국회 공개석상인 국정감사장이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가 이슈가 된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민주당 측은 자료 제출 부실을 이유로 한 장관의 청문회를 연기했으나, 5월 9일 마침내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민주당 김남국, 최강욱, 이수진 의원이 실수를 연발하면서 한 장관이 득을 봤다는 평가가 많다. 김 의원은 ‘이모(某) 교수’를 ‘이모’(엄마의 자매)로 착각하고 한 장관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썼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 역시 ‘한**’이라는 익명 표기(한국쓰리엠)를 한 후보자의 딸로 유추하고 발언해 망신을 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5월 13일부터 이틀간 서울(1001명), 인천(803명), 경기(1010명) 거주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민주당의 인사 검증 평가’를 물은 결과 ‘잘못했다’는 응답이 세 지역에서 각각 57.8%, 53.3%, 52.7%로 나왔다. 과반 이상의 국민이 부정적 평가를 한 것이다. 한 장관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도 청문회를 기점으로 크게 올라갔다. 청문회 관련 한 영상은 조회수가 335만 회를 넘겼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새 정부에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한 장관에게 과도한 권력 쏠림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인사 검증 권한을 법무부로 이관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한 장관을 ‘소통령’ ‘왕장관’이라고 부르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정 정국 휘몰아칠 수도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민정수석실 폐지를 약속하며 인사 검증 기능을 경찰과 법무부 등으로 다원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민정수석실 폐지 방침에 따라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업무는 법무부로 이관된다. 법무부는 5월 24일 최대 4명의 검사를 포함해 20명 규모의 인사정보관리단을 장관 직속으로 신설한다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민주당 김남국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5월 24일 “한동훈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자 민정수석이며 인사수석이자 검찰총장”이라며 “정말 소통령 한동훈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다음 날 “음지에 있던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고, 감시가 가능한 통상의 시스템하에 두는 것”이라며 “그동안 ‘질문할 수 없었던 영역’인 인사 검증 업무를 ‘질문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배치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대현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가동할 경우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사정 정국이 휘몰아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한동훈이라는 화살을 활에 끼우고 시위를 당겨버렸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법무부 장관은 국무위원을 겸하기 때문에 기존 스타일대로 행정을 펼칠 경우 훗날 윤석열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