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호영 임명 미룬 이유는… 한동훈은 임명 강행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왼쪽은 최상목 경제수석.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협치의 가능성을 막판까지 열어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이 ‘낙마 0순위’로 올려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지 않은 이날 분위기를 이렇게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임명하면서도 정 후보자 임명을 미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협상 카드를 남겨뒀다는 얘기다.

● “尹, 정호영 두고 막판 고심할 듯”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장관 3명이 추가로 임명됨에 따라 윤석열 정부 내각의 18개 부처 중 14개 부처에 장관 인선이 마무리됐다. 아직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부처는 법무부(한동훈), 보건복지부(정호영), 여성가족부(김현숙) 등 3곳과 김인철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교육부 등 4곳이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이후 한 후보자의 의혹이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16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를 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은 17일부터 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실의 핵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하나(정 후보자)도 잃지 않고서 둘(한 총리, 한 장관 후보자)를 얻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퇴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 역시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野 “한덕수 인준 협조”…장관 임명과 연계 않아

일단 민주당은 일단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 표결에 협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앞으로 다가온 6·1지방선거 전에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것.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13일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열고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의원들에게 자율 표결을 맡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강성 지지층들의 반발을 고려해 한 후보자 인준을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한 후보자에 인준을 위한 본회의 일정을 정한 뒤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설명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당초 ‘낙마 리스트’에 올렸던 한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 협조하기로 잠정 결정한 건 인준 거부가 장기화되는 사이 당 안팎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결과 한 총리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적격’에 가깝다는 중론이 형성됐다”며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이 윤석열 정부 첫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의 발목잡기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성 비위 의혹 등이 터진 점도 당 지도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자율 표결에 맡길 경우 한 후보자는 국회 동의를 얻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은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정 후보자와 한동훈 후보자의 인선과도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원내 관계자는 이날 “정 후보자는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강하고,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 강행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굳이 ‘거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며 “총리 인준 표결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 원(阮) 구성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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