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육성에 최대 200억… 공군 조종사 부족 우려
올해 공군 베테랑 조종사 60명이 민간항공사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100~130명에 달했던 조종사들의 민항사 이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7명으로 급감했다. 그러던 게 올해 들어 지난해 대비 8.6배 급증한 것이다.
2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공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대한항공 채용에 공군 조종사 80명이 지원해 그 중 60명이 합격했다. 이들은 연내 순차 전역할 예정이다. 전투기, 수송기 조종사가 각각 47명과 13명이었다. 기종별로는 우리 주력 기종인 F-16 전투기(23명)가 가장 많았고, F-5 전투기(16명)가 뒤를 이었다.
2017년 107명, 2018년 133명, 2019년 125명, 2020년 113명으로 증감을 반복하던 공군 조종사 이직자수는 지난해 7명(대한항공 6명, 아시아나항공 1명)으로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줄어든 항공수요 탓에 민항사 채용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공군의 숙련급 조종사는 임관 8~17년차 조종 장교로 일선 부대에서 독자적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2000년대 중반 여행업계 호황으로 항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숙련급 조종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이직 사유로 가족과의 별거, 자녀 교육, 경제적 사정, 과도한 임무 스트레스 등을 꼽았다. 현재 공군사관학교 출신은 15년, 비공사는 10년(2015년 7월 이후 임관은 13년) 의무복무기간만 채우면 언제든 전역이 가능하다.
공군은 1인당 수십억 원을 들여 양성한 조종사들의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공군은 “향후 유출이 더 늘어날 경우 조종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군은 10년차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데 교육 및 훈련비용으로만 기종별 55~210억 원가량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매년 100여 명의 조종사가 전역하면서 인사적체가 해소된다는 점에서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시선도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