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홧김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 목숨을 잃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부인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A씨는 11년 전 태국을 여행하던 중 B씨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그녀는 태국에서 사업을 하던 B씨와의 사이에 자녀 2명을 두고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이 어려워지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들은 B씨의 남동생 집에 방을 빌려 생활하는 처지가 됐다.
사건은 2020년 9월30일 오전 1시9분쯤 일어났다.
남편 B씨가 퇴근한 후 부부가 집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다 싸움이 일어났다.
‘자녀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던 부부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남편 B씨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애들 데리고 잘 살라”며 집 밖으로 나가 마당 근처에서 밧줄 하나를 구해왔다.
B씨가 창문 밖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받침대에 밧줄 한쪽을 묶어 자신의 목에 감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지만 A씨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채 그를 내버려뒀다.
A씨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남편이 입버릇처럼 ‘내가 없어져야 한다’며 집 밖으로 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알아서 집으로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검찰은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A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남편이 평소처럼 자살하는 척한다고 생각했고, 고의로 유기한 것이 아니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재판부는 시어머니 C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그동안 피해자가 거짓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소동을 벌였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건이 일어난 날, A씨가 극단적 시도를 하려는 남편의 팔을 잡자 B씨가 거칠게 뿌리쳤고, A씨가 집으로 들어간 지 16분 후 B씨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1, 2심 재판부는 “부부싸움 과정에서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반복했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죽어간다는 것을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유기치사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