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성경이 한국인 손에…교회가 시작됐다”


미국 UCLA 옥성득 교수가‘존 로스 한글 성경 번역 14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온라인을 통해 강연하고 있다.

“한글 성서가 번역돼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며, 이들로부터 한국교회가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백성들의 글자 생활에 한글 사용을 정착시키고 체계가 잡혀 있지 않던 국어 표기법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성서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 출판 140주년을 맞아 한글 성경 번역이 한국교회와 사회문화에 끼친 영향과 과제를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성서공회(사장:권의현) 성경원문연구소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이사장:윤경로)가 4월 26일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에서 ‘존 로스 한글 성경 번역 14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진행한 것.

‘존 로스 한글 성경 번역 14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한 대한성서공회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관계자들과 발제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날 기조발표를 맡은 옥성득 교수(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한국기독교 석좌)는 “조선 정부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한반도 안에 들어가서 전도할 수 없었던 존 로스 선교사는 성경을 한글로 번역해 반포함으로써 미래의 선교 사역을 준비하는 차선책을 선택했다”며 “본토 말로 번역된 성경 자체의 능력과 토착인에 의한 자전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로스는 만주에서 장사하는 한국인 상인 가운데 한문에 능한 자를 고용해 번역하게 하고, 중국 선양에 문광서원(文光書院)을 설치해 상하이와 요코하마에서 주조한 한글 자모로 인쇄하고 출판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1882년 3월 24일 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성서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이다.

이때 번역에 참여한 이들은 한국 개신교 역사의 뿌리가 됐다. 한국 개신교 최초의 장로이자 첫 순교자인 백홍준, 한국 개신교인으로서 처음으로 교회(소래교회)를 세운 서상륜 등이 그들이다. 또 로스 선교사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복음을 전해 들은 이응찬은 그에게 우리말을 가르쳐주며 성서 번역을 돕는 과정에서 한국 개신교의 세 번째 세례교인이 됐고, 식자공 김청송은 목판에 글자를 조판하면서 그 말씀을 마음판에 새겨 한국 개신교인들 중 다섯 번째로 세례를 받았다. 그는 이 복음서를 들고 서간도 한인촌에 첫 전도인으로 파송됐으며, 서상륜은 영국성서공회 첫 권서(선교 초창기 전도지나 쪽복음서, 성경을 배부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임무를 수행한 자)로 한국에 파송돼 의주를 거쳐 서울까지 전도를 떠났다. 이처럼 외국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전 이미 한글로 된 성경이 한국인들의 손에 들어갔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땅에도 그리스도인들이 세워져 간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1882)와 <신약마가젼복음셔언ᄒᆡ>(1885), <구약젼셔>(1911)등을 포함한 초기 한글 성서 전시가 펼쳐졌다.

로스 선교사는 누가복음 발간 두 달 뒤인 5월에는 요한복음 번역서인 <예수셩교요안복음젼셔>를 출간하고, 이후 수정 작업 및 합본을 거쳐 1887년 신약전서 완간에 이른다. 옥 교수는 “로스는 ‘성경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민중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번역 원칙이 있었다. 그는 의주 상인들에게 번역 원고를 읽어보게 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계속 수정했다”고 밝히며, 로스 역본을 “한국교회의 기초가 됐으며, 한국 기독교에 영원한 금자탑으로 남을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독교는 번역의 종교이다. 이슬람교가 거룩한 아랍어로 된 코란의 번역을 엄격히 금지하는 근본주의를 고수하는 반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한 지역의 본토 말로 번역되는 번역성, 곧 성육신을 선교의 제1원리로 삼는다”면서 “예수는 한 지역의 말과 문화로 번역되면서 그들의 살과 피가 되는 동시에, 인간의 죄악성에 도전하는 거룩한 언어와 대안 문화를 창출한다. 다양한 문화의 옷을 입은 ‘번역된 예수’의 모습들이 모여 종말의 우주적 그리스도는 완성돼 간다”고 강조했다.

최초의 한글 성서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

대한성서공회 권의현 사장은 “존 로스의 한글 성경은 최초의 한글 성경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순 한글로 ‘하나님의 말씀’을 번역하고 출판·보급했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성경을 바탕으로 한국교회가 세워졌다”며 “양반 지식인들로부터 ‘천대받던 한글’로 성경을 번역한 것은, 그 당시 조선사회에서는 혁신적인 일이었으며, 한글 문화와 문명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글이 국문, 곧 나라 글자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이보다 12년 뒤진 1894년의 일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축사한 한글학회 회장 권재일 교수(서울대 명예)도 “한글 성경은 당시의 표기 음운 어휘 문장의 특징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 그 국어학적 의의는 참으로 크다”면서 “한글 성경 번역이 한글문화 발전을 위해 펼친 높은 정신을 받들고 계승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1882)와 <신약마가젼복음셔언ᄒᆡ>(1885), <구약젼셔>(1911)를 비롯한 초기 한글 성서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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