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의 역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 의장은 미국·캐나다 순방을 보류하고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가 극적인 중재안을 마련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6대범죄 수사권 박탈 조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이란 꼼수로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민주당 지도부는 21일 오후 박 의장의 중재 노력을 명분 삼아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일단 보류했다.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뉴시스에 “지금 국회의장의 중재 노력으로 여야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며 “협상의 분위기를 살리는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그런 판단을, 당 지도부나 원내 지도부가 하는 거 같다”고 보류 배경을 설명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검수완박 법안의 어느 부분을 타협할 수 있을지 입장 정리를 주문하는 등 중재역을 자임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박 의장이) 수위조절을 하라고 중재를 서고 있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측에게 협력을 요구받고 있다. 민주당은 회기를 짧게 잘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무력화하는 살라미 전술에 협조할 것을, 국민의힘은 민형배 의원에 대한 강제 사보임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의당의 반대와 이탈표 등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강제 종료를 위한 정족수(180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박 의장이 살라미 전술에 동의하지 않는 한 목표인 정권 이양 이전 검수완박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만큼 박 의장이 민 의원을 강제 사보임 조치하면 90일간 안건을 묶어둘 수 있는 안건조정위를 통해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무산시킬 수 있다.
다만 의회주의자를 표방하는 박 의장이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은 박 의장이 민주당의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 사보임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발단이 됐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강행하기 위한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성을 예고하고 박 의장에게 22일 본회의 소집을 공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형배 의원 강제 사보임도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박 의장의 중재안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중 일부만 박탈하는 선에서 중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발의한 법안을 일점일획도 고치면 안 된다거나 절대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