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집 주인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문제를 더 잘 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칼국수집 주인 같은 사람들이 미국은 ILO 핵심협약을 일부만 비준했고, 조항별로도 탈퇴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확하게 얘기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 결정한 것들이 독이 됐다”며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정책들이 독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공개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식당에서는 끝없이 올라가는 인건비에 자영업자들이 생사의 기로에 있음을 절규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ILO 조항에서 탈퇴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비상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하게 올린 최저임금으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과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인해 생긴 노동현장의 부작용을 지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또 비공개 발언에서 “민생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서 비슷한 얘기, 겹치는 내용이 있으면 꼭 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소 혁명적인 내용이라도 그런 것들은 꼭 추진하는 게 맞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장 행보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발언에서 “국민들은 정부 고위직과 국민 사이에 원자탄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벽에 작은 틈이라도 열어줘서 국민들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일부라도 전달되기를 간절하게 원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칼국수집 주인의 사례로 ILO 핵심협약 문제를 지적한 건 민생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일반 국민이 가장 잘 안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와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이 현장에 가서 더 들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수익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