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혹독했다. 한파가 닥치면서 난방유와 경유 가격이 치솟았다. 난방용 등유의 경우 무려 30% 이상 급등했다. 등유를 사용하던 가정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연탄을 찾았다. 더불어 연탄 값도 상승했다. 경유 가격도 폭등하면서 공장에서 연탄을 가져오기 위한 운송료가 높아졌다. 연탄 한 장의 공장도 가격은 700원 정도이지만, 공장에서 가져오는 운송비와 가정까지 배달하는 배송료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탄 가격은 장당 1000원에 육박했다. 고지대의 경우 1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시 겨울을 앞두고 있다. 이번 겨울은 더욱 걱정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탄 사용을 계속 제한하고 있다. 탄광과 함께 전국의 연탄공자들이 폐쇄되고 있다. 전국에 거점 연탄공장 5곳만 남겨놓고 다른 공장들은 사라졌다.
대전시도 지난 3월에 하루 1만장 생산하던 연탄공장이 문을 닫았다. 대전을 비롯해 중부 지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당장 필자가 사역하는 대전연탄은행은 충북 제천이나 경북 경주의 연탄공장에 가서 연탄을 가져와야 한다. 운송비를 감안하면, 대전시의 연탄 사용 가구들은 이제 최소한 연탄 한 장을 1000원에 사야 할 것이다.
대전연탄은행도 마찬가지다. 현재 후원자들은 ‘연탄 1장=800원’으로 여기고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젠 ‘900원’으로 후원기준을 바꿔야 한다. 당장 조만간 진행해야 할 연탄은행 재개식과 연탄배달부터 어려움이 많다. 봉사자들과 약속한 날에 후원한 연탄 금액만큼 배달을 해야 하는데, 연탄 운송료가 늘어난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다. 해가 갈수록 연탄 후원자와 배달 봉사자들이 줄어들고 있고, 연탄 관련 정책은 더욱 불투명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전국에 연탄은행은 31개가 활동하고 있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얻어 무료로 사랑의 연탄을 나눠드리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키르키스탄에 거주하는 조선족에게도 석탄(괴탄)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혁신도시건설이라는 미명 아래 번듯한 아파트 단지들이 솟아오르고 있다. 저개발 지역에서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집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그 옆에서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취약계층이 있다. 그 어려운 이웃들의 한숨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대전연탄은행은 지난 19년 동안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려는 교회들과 후원자들, 마음 따뜻한 청소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역이지만 추운 방에서 연탄을 기다리는 어르신들께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는 각오로 힘을 다해 일했다.
지난해 대전연탄은행은 하나님의 은혜와 주위의 지원으로 대전시 가양동에 건물을 마련해 사역을 확장했다. 1층은 무료급식을 위한 공간으로 지역의 저소득계층 130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2층은 문화교실 공간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글교실도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사역은 교회와 성도들의 후원과 지원 속에 이룬 것이다.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폭염의 여름보다 더 힘든 겨울이 닥친다. 이들에게 연탄이 필요하다. 불타는 연탄 한 장은 곧 사랑의 온기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사랑의 온기로 이번 겨울을 녹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