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3시간 30분 가량의 정상회담 일정을 통해 양국의 동맹관계를 강조하며 우주·항공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을 시사했습니다.
이날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된 회담 모두 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를 (김 위원장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우리는 경제협력과 인도주의적 지원 등에 대한 질문들에 관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고 현지 매체 취재진이 질문하자 “그게 바로 우리가 여기(우주기지에) 온 이유”라고 답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서 “그(김 위원장)는 로켓 공학에 큰 관심을 갖고, 우주개발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발사 시도에 관한 이야기로 풀이됩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두 차례 정찰 위성 발사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 김정은 “안보주권 보호 만족스런 공감대”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전략·전술적 협력관계를 논의했다고 만찬장에서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동지와 나는 조선반도(한반도)와 유럽의 군사정치적 상황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면서 “전략적, 전술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안보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투쟁에서 연대를 지지하며 보장을 마련하는 데 만족스러운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반제(제국주의) 자주 전선”으로 평가하면서, “우리는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푸틴 대통령에게 “패권을 주장하고 도피주의적 환상을 조장하는 악의 집합체를 징벌하고 안정적인 발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서 러시아 군대와 인민은 반드시 위대한 승리를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면서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 우주 기지 주요 시설 함께 돌아봐
이날(13일) 두 정상은 우주기지를 함께 걸으며 로켓 발사시설 등을 둘러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러시아가 개발한 최신 로켓 ‘안가라’ 조립·시험동과 소유스-2 우주로켓 발사 시설, 안가라 발사 단지 건설현장 등을 살펴봤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리 트루트녜프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등이 안가라·소유스-2의 성능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주의 깊게 설명을 들으며 질문하는 등 러시아 로켓 기술에 관심을 표시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2시간 정상회담과 이어진 1시간 30분가량의 공식 만찬을 진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만찬 건배 제의로 “존경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과 위대한 러시아의 새로운 승리, 조-러(북-러) 우호의 지속적인 발전과 이곳에 참석한 모든 시민의 건강을 위해 잔을 들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 건배 제의로 “양국의 우정과 우호적인 관계의 강화를 위하여”라고 발언했습니다.
정상회담에 관해서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진 만남”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 무기-위성기술 등 거래 확실시
이날 두 정상의 만남 결과물에 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국 정상의 회담은 중요하고 실질적인 부분을 다뤘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항공과 운송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에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측은 합의문 서명없이 회담을 마쳐서 협의 내용의 이행 구속력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재래식 무기를 북한이 넘겨주면, 러시아는 정찰위성 등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양측이 거래에 나선 사실은 명확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과 관련 군 수뇌부와 군사과업 책임자를 대거 데려갔습니다.
정찰위성 개발을 책임지는 박태성 당 과학교육비서(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핵잠수함 개발을 맡은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을 앞세워 러시아로부터 우주항공기술과 핵추진잠수함 등의 기술을 이전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포탄·소총 등 재래식 무기를 대거 공급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의 수행단에는 조춘룡 군수공업부 부장도 포함됐는데, 재래식 포탄 생산을 책임지는 핵심 담당자입니다.
이에따라 122mm, 152mm 포탄과 박격포탄 등이 러시아에 전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같은 양측의 거래가 실행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가 됩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수년에 걸쳐 주요 협정을 맺었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전력분야간 정부 협정, 2016년 12월 불법 입국 및 체류자 상호 송환, 2018년 3월 경제협력위 교통·교육·과학 분야 협정, 같은해 10월 경제협력위 임업 분야 협정, 2019년 3월 관광분야 협조 양해각서, 그리고 지난해 8월 비행안전성 제고 관련 협정 등입니다.
■ 지속적인 북한-러시아 협력
당초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10일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보당국에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북-러 양국은 회담 장소를 비밀에 부쳤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정한 사실도 회담 당일에 공개했습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사용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건설한 장소입니다.
2016년 위성을 발사하는 등 ‘우주 강국’ 러시아의 최첨단시설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 관심사에 맞았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우주기지 방명록에 “첫 우주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김 위원장은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러시아 흑해함대 주둔지 미사일 공격
우크라이나가 13일 크름반도(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조선소를 미사일로 공격해 최소 24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러시아 측 인사인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오늘 새벽 세바스토폴에 미사일을 쐈으나 방공 시스템으로 차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비민간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초기 정보에 따르면 총 24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4명이 중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세바스토폴에서 발생한 화재 영상과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이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불법 병합한 곳입니다. 요충지인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관련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 18일 중-러 외교장관 회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오는 18일 모스크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외무부가 13일 밝혔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하고 “양국 장관이 최고위급·고위급 접촉을 포함한 광범위한 양자 협력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고위급 접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12일)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시 주석을 ‘친구’로 지칭하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도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오는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 왕 중국 외교부장의 다음주 러시아 방문은 다음 달로 예상되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 조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밖에 두 나라 외교 수장이 국제무대에서 협력 강화, 국제 조직에서 공조,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 동북아 지역의 안보 보장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