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내 이란 자금 제재 풀어…리비아 동부 홍수 2천 명 사망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이란에 수감 중인 미국인 석방을 위해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금을 송금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제재를 풀었습니다. 리비아 동부 지역을 강타한 폭풍우로 홍수가 발생해 2천 명 넘게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됐습니다. 남미 국가 칠레가 군부 쿠데타 발생 50주년을 맞아 희생자 추모 행사를 가졌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수감자 교환과 관련해 세부 내용이 공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 억류하고 있는 수감자 5명씩 교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양국 정부가 지난달 확인했는데요. 이후 구체적인 조처나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미 의회에 협상의 일환으로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금을 송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란 자금이 왜 한국에 동결돼 있는 거죠?

기자)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 조처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는 지난 2018년 이란이 주요 6개국과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즉 ‘이란 핵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는데요. 이후 이란에 대한 미국의 독자 제재를 복원하는 한편, 이란이 제3국을 우회해 제재를 피하지 못하도록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s)’ 2차 제재를 통해 이란과 외국 금융기관들 간 거래도 차단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이란 중앙은행이 한국 내 은행 2곳에 개설한 계좌에 약 60억 달러가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돈은 한국 정부가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사들이고 결제해야 할 대금인데요. 제재 여파로 한국 은행들에 개설했던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가 동결되면서 그동안 묶여 있었습니다.

진행자) 이란으로서는 응당 받아야 할 돈이라는 입장이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은 동결된 자금은 한국이 자국산 원유를 수입한 대가로 지불해야 할 정당한 대금이라며 돌려달라고 줄곧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대이란 제재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해왔고요. 이 때문에 양국 간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한국 국적 선박 ‘한국 케미호’가 호르무즈해협의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이란 당국에 의해 나포됐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에 미국 정부가 이 동결 자금을 이란으로 넘기기 위해 취한 조처는 뭔가요?

기자) 네. ‘AP’ ‘로이터’등 주요 매체들이 블링컨 장관이 의회에 보낸 문서를 입수해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외국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 우려 없이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한국에서 카타르로 송금할 수 있도록 관련 제재의 적용을 유예하는 포괄적 면제권을 발동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문서에서 제재를 면제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이란인 석방도 공식 확인했다고요?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문서에서 이란에 억류돼 있는 미국 시민 5명의 석방을 위해 동결된 자금 송금 허용과 함께 현재 미국에 억류돼 있는 이란인 5명을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미국 정부가 합의의 일환으로 이란인 5명의 석방을 처음 공식 확인한 것입니다.

진행자) 지난달 미국과 이란 정부의 수감자 교환 소식이 나왔을 때, 미국 정부 쪽에서 이란인 석방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수감자 교환 소식과 한국에 동결된 자금 해제 소식은 이란 관영매체와 이란 외무부를 통해 처음 전해졌는데요. 이후 블링컨 장관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등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과 동결 자금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이란인 석방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석방되는 사람들의 신원은 알려졌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석방되는 미국인 5명 가운데 3명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의 이름은 개인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시아막 나마지, 에마드 샤르기, 모라드 타흐바즈 씨 등 3명은 이란의 악명 높은 에빈교도소에서 수감돼 있다가 지난달 한 호텔로 옮겨져 이란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제5의 인물인 여성은 그 전에 이미 가택연금 상태였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국이 석방하는 이란인들의 신원도 공개됐습니까?

기자) 네. 이란 인터넷 뉴스매체 ‘알모니터’가 11일 이들 5명의 신원을 공개했는데요. 카베 아프라시아비, 메흐르다드 안사리, 아민 하산자데, 레자 카프라니, 캄비즈 카샤니 등 5명입니다. 이들은 모두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거나 불법적으로 이란 정부에 도움을 제공한 혐의로 연방정부에 체포된 인물들인데요.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11일 VOA에 이들이 석방되는 사람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들의 석방 여부를 확인하는 VOA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찬성과 반대,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단체인 ‘국제정책센터’ 시나 투시 연구원은 소설미디어 ‘X’에, 이번 조처는 그동안 고통을 겪은 수감자 가족들과, 미국의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인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긍정적 조처라고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안드레아 스트리커 연구원은 미국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트리커 연구원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유죄 판결을 받은 이란인들을 풀어주면 이란 정부는 서방인들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해온 정책의 승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이란이 앞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공화당 쪽에서도 해당 자금이 이란의 군사비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면서 적국과 영합하는 것이라고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지중해성 폭풍 ‘다니엘’이 강타한 리비아 동부 마르지시가 11일 침수돼 있다. (동영상 캡쳐)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북아프리카로 가보겠습니다. 모로코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 전해 드렸는데요. 이웃나라인 리비아도 지금 큰 자연재난을 겪고 있다고요?

기자) 네. 11일 리비아 동부 해안 지역에 강력한 폭풍우가 덮쳐 2천 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흐메드 미스마리 ‘리비아국민군(LNA)’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일대 마을이 주민들과 함께 바다로 휩쓸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바다는 지중해를 말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리비아는 북쪽으로 지중해와 면해 있습니다. 이번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지중해와 맞닿은 북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라는 곳인데요. 지중해에서 발원한 폭풍 ‘다니엘’이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고 데르나에 상륙해 일대를 휩쓸고 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폭풍우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온 거죠?

기자) 데르나에 있는 댐 2곳이 붕괴되면서 재앙적 홍수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현지 매체는 데르나의 수위가 순식간에 3m 이상 올라갔다고 전했는데요. 오사마 하마드 LNA 수장은 “2천 명 이상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됐다”고 말했는데요. 미스마리 LNA 대변인은 실종자가 5천 명에서 6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 대륙 북쪽에 있는 두 나라가 한꺼번에 자연재해로 고통을 받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모로코는 지난 8일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12일 현재 사망자가 2천 800명을 넘어섰고, 2천 500여 명이 부상했는데요, 같은 북아프리카에 있는 리비아는 홍수로 2천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된 겁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연재난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심한 기후변화에 기인한다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자연재난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리비아의 경우는 국내 상황도 좋지 않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1년 중동에 불어 닥친 민주화 운동, 이른바 ‘아랍의 봄’ 시민혁명으로 오랜 독재자 무아마르 가다피 정권이 축출됐는데요. 하지만 동서로 나눠져 내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쪽은 ‘리비아통합정부(GNA)’가, 그리고 이번에 홍수가 난 동부 지역은 ‘리비아국민군(LNA)’이 통제하고 있는데요. 유엔과 서방은 리비아통합정부를 합법적 정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리비아통합정부 측은 이번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 통합정부 총리는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모든 국가기관에 동부 도시의 피해와 홍수에 즉각 대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통합정부 측은 또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역시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벵가지 지역에 의료진과 구급대원, 14t분량의 의약품과 장비, 보급품을 급히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까?

기자) 네. 유엔은 지역과 국가 차원의 대응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타르도 국왕의 명령에 따라 리비아 동부 피해 지역에 구호품을 전달할 것이라고 카타르 국영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 (자료사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남미 국가 칠레가 국가적 기념행사를 가졌다고요?

기자) 네. 11일 군사 쿠데타 발생 50주년을 맞아 수도 산티아고의 라모네다 대통령궁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는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을 비롯한 칠레 정부 요인들과 쿠데타 희생자 가족,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등 외국 정상과 미국 등 각국 정부가 보낸 대표단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50년 전 칠레에서 누가 쿠데타를 일으킨 거죠?

기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입니다. 1973년, 당시 군 총사령관이었던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사회주의자였던 살바로드 아옌데 대통령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았는데요.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17년 동안 독재 정치를 하면서 광범위하게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어떤 식으로 인권을 탄압했습니까?

기자) 정치적 반대자들, 좌파 성향 인사들을 무차별 체포, 구금, 고문하고 가혹하게 박해했습니다. 이로 인해 3천200명이 목숨을 잃었고요. 아직도 생사를 모르는 실종자가 1천470명에 달합니다. 관련자 재판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297명이 반인도적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요. 1천300여 건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진행자)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지난 2006년, 91세로 사망했습니다. 그는 사망 전까지 군부가 자행한 인권 행위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고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당시 피노체트 정권을 지지하고 쿠데타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백악관은 최근 1973년 당시 서류를 추가로 기밀 해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칠레를 이끌고 있는 보리치 대통령은 쿠데타를 겪지 않은 세대죠?

기자) 맞습니다. 1986년생인 보리치 대통령은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입니다. 지난 2021년 대선에 좌파 연합 후보로 나와 당선됐는데요. 보리치 대통령은 아옌데 전 대통령 이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칠레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보리치 대통령의 연설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네.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11일) 기념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강력히 옹호했습니다. 아울러, 칠레와 칠레 국민은 독재 정권의 희생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리치 대통령은 또 쿠데타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피노체트 정부 지지자들과 섣부른 화합을 경계했습니다.

진행자) 섣부른 화합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요?

기자) 네. 보리치 대통령은 연설에서 피노체트 정권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 거짓된 평등, 화합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칠레 사회 곳곳에는 지금도 피노체트 정권의 흔적이 남아 있고, 특히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됐던 피노체트 정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보리치 대통령은 진정한 화합은 중립이나 거리상 이뤄지는 게 아니라, 희생자들과 함께할 때 이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칠레 정치권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우파 정당인 ‘독립민주연합(UDI)’은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쿠데타’라는 단어는 직접적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시 칠레가 겪고 있던 극단적 상황이 야기한 사회, 정치, 제도적 붕괴로 인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비에르 마카야 UDI 대표는 11일 추모 행사에도 불참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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