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은 일본의 환경 범죄를 방조한 공동정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25일 최고위원회의)
“환경 범죄를 방조한 ‘공범 원조’는 문재인 정부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27일 페이스북)”
여야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책임을 두고 자극적인 표현을 총동원한 공격과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27일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나흘째지만 대책 마련 및 피해 지원 등에 주력해야 할 국회가 “테러 방조범” “공범 원조” 등 낯 뜨거운 단어를 써가며 상대측의 책임 추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등 야당이 주최한 장외집회엔 반일 정서의 상징이 된 ‘죽창가’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안전 문제보다 내년 총선을 노려 ‘상대 정당 끌어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죽창가’ 등장한 野 장외집회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 4당은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 90여 개와 함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는 시민합창단의 ‘죽창가’ 공연으로 시작됐다. 죽창가는 야권 인사들의 반일 정서를 대변하는 운동권 노래다. 주최 측 추산 5만명, 경찰 추산 7000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집회 연설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총과 칼로 전 세계 인류를 침범하고 살육했던 태평양전쟁을 다시 한번 환경 범죄로 일으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일본의 패악질을 가장 선두에서 합리화시켜주고 지지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도 “일본 정부에 만큼이나 분노스러운 것은 핵 오염수 테러의 방조범인 윤석열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우원식·양이원영, 정의당 강은미,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4명은 27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일본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최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석해 한·일 정부를 규탄했다. 우 의원은 집회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가 기시다 정부의 해양 투기를 지지하는 형국이지만 대다수 한국 국민은 반대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피해에 대해 일본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국제법상의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與 “이재명 위한 정치쇼”
여당도 거친 단어를 써가며 야당의 공세를 맞받았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환경 범죄 방조 공동 정범”이라고 한 것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따른 오염수 배출을 얘기한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이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공범 원조’는 문재인 정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IAEA 기준에 맞는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했고, 강경화 전 장관도 ‘오염수 방류 계획은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 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후쿠시마 공세를 ‘이 대표를 한 사람만을 위한 정치쇼’로 규정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려서라도 당 대표 한 사람을 지켜보겠다는 검은 속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양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막막을 투척하고 있다. 여야 간 공방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안규영기자 kyu0@donga.com
권구용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