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가들은 특별한 ‘영감’이 찾아오는 순간을 간절히 기다린다. 기독교인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그 특별한 영적 감동이 하나님과 말씀에서 비롯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작가들에게 작품을 그리는 순간순간은 그 자체로 하나님과 교제하고 소통하고 묵상하는 시간이 된다.
8월 9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갤러리에서 ‘이채(異彩) 3’이라는 주제로 이미 이현신 채진숙 등 3인의 기독 미술작가들이 펼쳐낸 전시회에는 각 작가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체험한 특별한 순간들이 담긴 화폭으로 이채로운 감동을 자아냈다.
수많은 시간동안 덧칠하고 긁어내기를 반복한 아크릴화 위에 면으로 된 얇은 실들을 붙이고 뜯어 ‘묵상하다’는 연작 시리즈를 선보인 이미 작가는 작품 활동이 신앙생활의 일부임을 고백했다. 이미 작가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수많은 여정에서 달려감을 잠시 멈추어 한 줄 한 줄 말씀을 읽듯이 작업을 한 줄 한줄 캔버스 위에 쌓으며 작품의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순간이 제게는 ‘묵상’하는 것과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새하얗게 센 노인까지 누구라도 발걸음을 멈추고 작품 속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 속 삽화와 같은 작품들을 선보인 이현신 작가 또한 작품 활동을 ‘하나님의 이끄심’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작품에 주로 사용할 색과 구도 정도만 정한 후 하나님께서 주실 영감을 기다리며 많은 시간을 텅 빈 캔버스 앞에서 보낸다고 한다. 이현신 작가는 “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캔버스에 깊숙이 숨겨져 있는 어떤 형태와 이야기를 발굴해 내는 것처럼 작업을 한다”며 “그 가운데 드러나는 발견에서 나를 찾게 되고 또한 나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을 마주하게 될 때 더 없이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그라미와 네모라는 가장 단순한 형태가 중첩되고 쌓이며 위를 향해 비상하는 작품들. 채진숙 작가가 선보인 ‘화관’ 시리즈와 한사랑(Only love), ‘십자가의 영성’ 시리즈, 축복 등 일련의 작품들은 자그마한 벽돌을 하나 둘 차근차근 하늘을 향해 쌓아가는 정성과 시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채진숙 작가는 “동그라미와 네모처럼 기본 형태에서 내 본질을 바라보고 나와 내 주변인을 바라보면서 이들의 영혼을 원형으로 인식하게 됐다”며, “작은 네모 모양의 벽돌을 하나하나 그릴 때마다 나와 내 주변, 그리고 내 시간을 어떻게 쌓으면 주님이 기뻐하실지 생각해보게 된다”고 밝혔다.
3명의 작가가 수많은 시간 홀로 작업실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며 만들어낸 이채로운 작품들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영적인 삶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전시장 입구에 적혀 있는 마태복음의 구절이 마음에 깊이 다가온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
전시회는 9월 2일까지 수요일(오전 10시~오후 2시 30분), 토요일(오전 7시~오후 4시), 주일(오전 9시 20분~오후 4시 30분)에 관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