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선 이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매해 예배당, 십자가, 묘비 등 종교단체 재산에 대한 파괴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2020년 한 해 동안 198개 국가 및 지역에서 발생한 종교 재산 범죄에 대한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198개 국가 및 지역 중 102곳에서 종교단체 재산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으며, 그 중 56개국에서 정부 및 정부 관계자가 가해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퓨 리서치 센터는 자체 조사와 더불어 미국 국무부의 <국제 종교 자유에 관한 연례 보고서>와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 <휴먼라이츠워치 시사 보고서> 등 정부기관을 포함한 18개 단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종교 재산 공격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재산에 대한 공격에는 종교 재산에 대한 습격, 압수 및 미해결 배상 사건 등을 포함했다.
그 결과 198개 국가 및 영토 중 102곳(전체의 52%)에서 종교단체를 표적으로 삼거나 종교적 편견에 따른 정부 공무원 또는 민간 행위자에 의해 재산이 손상, 몰수 또는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륙별로는 유럽이 전체 45개 국가 중 34개국(76%)에서 종교 재산 공격이 한 번 이상 일어난 것이 확인됐다. 더불어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다수 국가에서 홀로코스트나 공산주의 통치 시기 몰수된 재산을 회수하기 위한 소송이나 재산 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종교적 갈등에 따른 교회와 모스크를 포함한 예배당 파손이 다수 발생했다.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등에서는 유태인 묘지와 십자가 등 기물 파손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20개국 중 12개국(60%)에서 종교 재산에 대한 표적 공격이 발생했다. 특히 알제리에서는 2018년 이후 허가 없이 운영한다거나 건물 안전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폐쇄된 교회가 최소 2017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에서는 2020년 모스크와 교회, 랍비 법원에 대한 개인 방화 공격이 잇따라 보고됐다. 한 정통 유대인 남성은 동예루살렘에 있는 만국 교회에 불을 지르려고 시도했으며,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도시 알-비레에서는 방화범들이 모스크에 방화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50개국 중 27개국(54%)에서 종교 재산 공격이 발생했으며, 이 중에서도 남아시아에서는 폭도들의 폭력 사건이 다수 확인됐다. 인도 하리아나 주에서는 200명이 넘는 힌두교인들이 ‘힌두교인을 기독교로 강제 개종했다’는 거짓소문에 분노해 한 가정교회를 공격하고 목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델리에서는 2019년 통과된 ‘시민권 수정법’(신앙의 자유 명시)에 대한 종교적 긴장에서 촉발된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의 폭력이 고조돼 다수의 종교 재산 및 관련 기물이 잇따라 파괴되기도 했다.
미주 지역에서는 35개국 중 15개국(43%)에서 재산 피해와 몰수 또는 폐쇄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FBI에서 공개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유대인,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도, 몰몬교, 여호와의 증인, 동방 종교회, 불교도, 힌두교도, 시크교도, 무신론자 및 타 단체의 종교 재산 파괴에 대한 보고가 800건 이상 존재했다. 쿠바에서는 정부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침례교회를 철거했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목사와 관련된 또 다른 교회를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48개국 중 14개국에서 종교 재산 공격이 존재했다. 2020년 말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지역에서는 내전으로 에리트레아 군대와 군인들이 암굴 교회를 비롯한 무슬림 및 기독교 유적지를 공격하고 약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카메룬에서는 분리주의 분쟁에 맞서 싸우는 보안군과 반군이 교회를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일이 속출했다.
퓨 리서치 센터 측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종교 관련 재산 공격에서 공격 주체가 56개국에서 정부 및 정부 관계자였으며 대륙별로는 미주 지역과 유럽에서는 정부보다 사회 집단과 개인이 선동한 재산 범죄에 직면한 곳이 많았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공격은 해당 종교 공동체에 물리적 손상을 입힐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심리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