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는데 천사 같은 아이들을 잃었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29일 오후 경기 안산시 군자장례식장. 조문 온 네 남매 학교 교사들을 맞이한 어머니 A 씨(41)의 눈에선 쉴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교사들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첫째 딸(11)이 천국에서 형제들을 돌볼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 “남은 막내딸(2)을 위해 마음을 굳게 먹어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이 장례식장에는 27일 새벽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빌라 화재로 세상을 꺼난 나이지리아인 네 남매의 빈소가 차려졌다. 화재 때 허리를 다친 A 씨와 양발과 팔에 화상을 입은 아버지 B 씨(55)는 고려대안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빈소를 찾았다. A 씨는 허리 부상 탓에 의자에 앉아, B 씨는 발에 붕대를 감고 휠체어를 탄 채로 조문객을 맞았다.
빈소에는 첫째 딸과 둘째 아들(7), 셋째 아들(6), 넷째 딸(4)의 밝은 사진이 담긴 영장이 나란히 배치돼 찾은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이날 조문객 중 상당수는 숨진 남매들의 학교 친구와 교사들이었다. 첫째 딸의 제일 친한 친구라는 모니라 양은 친구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와 영정 사진 앞에 놓았다. 둘째 아들이 가장 좋아했다는 초코파이를 들고 온 교사도 있었다.
첫째 딸과 셋째 아들이 다녔다는 자이언국제다문화대안학교(자이언학교)의 최혁수 교장은 “의젓한 첫째와 개구쟁이 셋째였다”며 눈물을 쏟았다. 최 교장은 “화재가 일어난 당일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데리러 도착했는데 이미 근처에 소방차가 가득했다”며 “숨진 아이들과 함께 핫도그를 먹고 놀던 친구들이 큰 충격을 받고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교 교사 이지니 씨(55)는 “금요일 셋째 아들에게 숙제를 많이 내 주면서 ‘다 해오면 빼빼로를 주겠다’고 했다. 월요일에 챙겨왔는데 이제 줄 방법이 없어졌다”며 애통해했다. 이 씨는 첫째 딸에 대해 “동생이 아파 엄마가 집을 비울 때면 자폐가 있는 둘째를 돌보겠다며 학교를 쉴 정도로 착한 아이였다”고 돌이켰다.
빈소에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서울 노원구에서 왔다는 김정숙(67) 씨는 “어릴 적 일본에 가서 가정부로 일하며 힘들게 살아서 타지에 사는 어려움을 안다”며 “아이들 사연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기초연금에서 일부를 보태 주려고 왔다”고 했다.
안산=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