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을 축소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수사·소추권 침해인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23일 내려진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3월 심판사건 선고기일을 연다. 국회를 상대로 접수된 권한쟁의 심판 2건 선고도 내려진다.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낸 사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및 검사들이 낸 사건 등이다.
일반 헌법소원 사건과 달리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의 권한이 침해됐는지 여부를 따지는 사건이다. 따라서 헌재의 주문(主文) 만큼이나 판시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법안의 위헌성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4월30일 검찰청법, 5월3일 형사소송법을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5월3일 국무회의를 열고 두 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두 법안은 지난해 9월10일부터 시행됐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완성판’ 법안으로 평가받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6대 범죄 수사를 맡았지만, 개정 법률에 따라 부패·경제범죄 수사만 담당하게 됐다.
두 법의 시행에 따라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도 분리됐다. 경찰이 불송치하기로 결정하면, 고발인은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우선 유·전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절차적 하자가 있고, 이후 본회의까지 절차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법안이 가결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심의·표결권이 침해됐기 때문에 법안 가결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장관과 검사들은 수사대상 범죄 제한으로 인해 소추·수사 권한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절차적 하자까지 있으니 두 법률은 무효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권한쟁의 심판은 쟁점이 매우 방대하다는 평가다.
유·전 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 여부, 침해를 전제로 할 경우 입법 과정까지 무효라고 판단할 수준인지 등이 다퉈진다. 과거 미디어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당시에는 권한 침해는 인정됐지만, 법률은 유효하다는 선고가 내려진 적이 있다.
검사의 수사·소추권의 성격도 쟁점이다.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헌법상 권한인지, 입법 영역인지 등이다. 헌법에서 도출될 경우 본질적인 권한인지 등도 개별 쟁점 중 하나다.
수사권이 검사에게 부여된 헌법상 권한이라고 인정돼도, 2대 범죄만 수사하게 하는 것이 법률을 무효라고 선언할 정도의 권한 침해인지도 다퉈지고 있다.
입법 절차에서는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탈당을 ‘위장’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민법상 무효인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등도 논란이다. 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석, 무소속 신분으로 의결에 참여했다.
헌재가 재판관 5인 동의로 입법 과정이 무효라고 선고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시가 있을지도 관심이다.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권한쟁의 심판에서는 과반수 동의(9인 중 5인)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권한쟁의 심판의 성격상 입법행위에 대한 무효가 법률의 무효로 바로 연결되는지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입법의 무효를 선고할 경우, 법률의 효력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석우 법무실장(청구인·헌법쟁점연구TF 팀장)을 비롯해 청구인에 이름을 올린 검사 중 일부가 이날 선고에 참석할 예정이다. 별도 사건의 청구인인 전 의원도 방청할 예정이다.
선고 후에는 전 의원이 먼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법무부 측 대리인 강일원 변호사(전 헌법재판관)가 두번째로 선고에 대한 입장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두 소송의 상대방인 국회 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전 헌재 연구관)가 의견을 말한다.
결과에 따라 정치적 풍랑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내릴 판시 내용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검찰개혁 전반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검찰과 법무부는 ‘헌재가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헌재의 선고 결과를 대기하며 후속 조치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