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일 정상회담 당일인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한 지 3일 만에 또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이번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해당 기종의 최대 사거리인 800여 km까지 날려 보냈다. 방향만 남쪽으로 틀면 북한 후방에서도 한국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고 위협한 것. 미국은 이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상공에 보내 한국 공군 전투기 등과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 北 후방서 韓 전역 전술핵 공격 가능 위협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은 19일 오전 11시 5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800여 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다. 최고고도는 약 50km였다. 미사일은 한미의 요격망을 회피하기 위해 수평비행을 하다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달 들어서만 5번째다. 13일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인 ‘프리덤실드(FS)’의 예비 단계인 위기관리 연습(CMX)이 6일 시작된 이후부터 북한은 9일부터 2, 3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16일 ICBM ‘화성-17형’을 쏘며 미국을 겨냥한 것과 달리 이번엔 한국으로 목표를 바꿨다. 이날 쏜 미사일은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이 미사일 최대 사거리는 800km. 이날 북한은 이를 동창리에서 동쪽으로 최대 사거리만큼 날려 보냈다. 북한 서쪽 끝에서부터 내륙을 가로지르는 방식을 택해도 미사일이 추락하지 않을 것이란 기술적 자신감도 보였다. 북한은 앞서 14일에도 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이번엔 당시 발사한 황해남도 장연에서 약 170km 북상한 동창리를 택했다. 동창리에서 남쪽으로 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제주까지 넉넉하게 타격권에 들어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내려오지 않아도 한미 감시 자산에 덜 노출되는 후방 지역 등 북한 내 어디에서도 남한을 타격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정부에 미 정부를 움직여 한미 연합 연습 중단하거나 축소하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통상 KN-23을 2발씩 발사해온 북한이 이번엔 왜 1발만 쐈는지 그 의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이 KN-23을 쏴놓고 다른 걸 쐈다고 기만하는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죽음의 백조’ 2대 한반도 전개
도발 지역이 동창리인 점도 관심을 끈다. 동창리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고체 연료를 사용한 고출력 엔진 시험을 진행하고 뒤이어 군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 시험이라며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곳. 이 때문에 이번 도발이 북한이 동창리에서 기습 타격에 유리한 신형 고체 연료 ICBM 발사나 고체 연료 ICBM 확보의 사전 단계인 군 정찰위성 발사를 다음 달 중 감행할 것을 예고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B-1B 2대는 이날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직후 우리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A 등과 연합 공중 훈련을 실시했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온 건 6일 B-52 전개 이후 13일 만이다. B-1B는 16일 만의 한반도 전개다. 미 사우스다코타주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1B는 동해와 서해에서 두루 훈련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이번 B-1B 전개는 북한의 이날 도발과 무관하게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면서도 대북 경고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