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 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17일 일본 게이오대에서 한일 양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윤 대통령, 학생과 미래를 말하다’ 강연에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1862~1913)의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말도 인용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가 바로 한일 양국의 미래”라고도 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을 먼저 내놓은 뒤 방일을 통해 한일관계를 전방위적으로 복원하려 한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청년 여러분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 당국자는 물론이거니와 민간 분야의 리더들도 힘을 모아야한다”고 했다. 또 “자유롭고 왕성하게 교류하고 협력한다면, 청년세대의 신뢰와 우정이 가져올 그 시너지를 우리들이 체감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강연을 보기 위해 200여 명의 학생들이 강당을 채웠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 대학 강단에 선 건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와세다대 강연 이후 29년 만이다. 게이오대는 구한말 개화파 청년들을 후원했던 후쿠자와 유키치가 설립한 대학이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도쿄 시내 호텔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 일본 정계 주요 인사들을 접견했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인 일한의원연맹이 17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관한 이해를 요청했다. 조만간 차기 연맹 회장을 맡기로 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현 회장이 후쿠시마 처리수에 대해 이해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 윤 대통령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기본으로 투명하고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것을 중요시하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스가 전 총리는 “일본 정부로서는 (IAEA 방침에 따른 투명하고 과학적인 처리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해 나가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만나 한일 갈등 현안인 ‘레이더-초계기’ 문제와 ‘위안부 소녀상’ 건립 문제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유코 일한의원연맹 부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한일 간 제반 분야 교류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지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