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기반을 둔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뉴욕주 소재 ‘시그니처은행’이 폐쇄하는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자 당국이 예금을 보증하는 등의 긴급 조처에 나섰습니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을 포함해 7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 중소 은행이 잇따라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에 거점을 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폐쇄된 데 이어 12일에는 뉴욕에 소재한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됐습니다. 두 은행 모두 금융기관의 부실성에 대한 우려로 대량 예금인출 사태, 즉 ‘뱅크런’이 나타나면서 결국 당국에 의해 폐쇄됐습니다.
진행자) 먼저 실리콘밸리은행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네, 이 은행은 지난 1983년도에 설립된 은행으로 신생 벤처기업, 즉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 왔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은행의 자산은 2천 90억 달러로, 전체 미국 은행 가운데 16위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캘리포니아주 금융 당국은 지난 10일, 이 은행에 대한 폐쇄 조치를 단행하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폐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워싱턴뮤추얼’ 은행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입니다.
진행자) 앞에서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는데요. 얼마나 많은 예금이 인출됐죠?
기자) 폐쇄 조치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하루에만 42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인출됐습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규모의 대량 인출입니다. 이같은 뱅크런으로 이날(9일) 은행의 현금 잔액은 약 마이너스 9억6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대규모 인출이 일어난 원인은 뭐죠?
기자) 핵심 원인은 바로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8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요. 1년 사이 금리는 0.00%~0.25%에서 4.5%~4.75%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진행자)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의 뱅크런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거죠?
기자) 연준은 2020년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대한 대응으로 0%대의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갔는데요. 이 기간 실리콘밸리은행은 미국 국채 등에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전에 없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연준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급속도로 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한때 4번 연속으로 0.75%P 인상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은행이 투자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은행의 피해도 커졌는데요. 결국 실리콘밸리 은행은 손해를 무릅쓰고 싼값에 보유하고 있던 국채 등을 매각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은행에 대한 부실성을 우려한 예금자들이 몰려들어 돈을 빼간 겁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실리콘밸리은행에 이어서 패쇄 조처가 내려진 시그니처 은행도 이에 영향을 받은 건가요?
기자)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뉴욕주 금융 당국은 지난 12일, 이 은행에 대한 폐쇄 조치를 알리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습니다. 이 은행의 총자산은 약 1천103억 달러, 예금은 886억 달러에 이릅니다.
진행자) 미국 중소 은행의 연이은 폐쇄 조치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조처를 발표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는 12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 강화를 위한 조처를 발표했습니다. 조처의 핵심은 예금주에 대한 자산 보호인데요. 원래는 은행이 문을 닫을 경우 보호받는 자금의 한도는 최대 25만 달러까지이지만, 이번 발표로 25만 달러 이상의 자금에 대해서도 보호받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예금주들은 13일부터 자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다른 기관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 이번 조처의 목적입니다.
진행자) 금융 당국이 이번 조처를 발표하면서 강조한 것이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조처가 해당 은행에 대한 ‘구제’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폐쇄된 두 은행이 긴급 자금에서 대출을 받아 예금주가 인출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이것이 해당 은행에 대한 구제는 아니라는 건데요. 다시 말해서 미국인들이 낸 세금으로 은행의 피해를 메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금융 기관의 피해를 국민의 세금으로 갚았다는 비난이 일었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앞서 언급한 내용 중에 실리콘밸리은행의 폐쇄가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번 사태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까요?
기자) 분석가들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최종 기준금리의 수준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에 따라 연준이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0.5%P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골드만삭스’는 아예 3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대통령도 입장을 밝혔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오전 “미국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며 “당신의 예금은 당신이 필요로 할 때 거기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의회와 금융 당국에 은행 관련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미국 할리우드로 가 보겠습니다.
기자) 네, 지난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였습니다. 영화는 앞서 11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는데요. 이날(12일) 영화의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에서 상을 탔습니다. 이 영화는 ‘멀티 유니버스’, 즉 평행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 영화이자 액션, 코미디 영화인데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평행 우주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냈습니다.
진행자) 여우주연상 수상도 의미가 있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여우주연상은 이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말레이시아 국적의 배우 ‘량쯔충’ 씨가 탔습니다. 량쯔충 씨는 한국에는 양자경, 서양권에서는 미셸 여라는 영어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오스카에서 아시아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탄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입니다. 올해로 60세인 미셸 여 씨는 수상 후 “여성들이여, 아무도 여러분에게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하지 못하도록 하세요”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다른 부문 수상자도 볼까요?
기자) 네, 남우주연상은 ‘더 웨일’의 브렌던 프레이저 씨가 받았습니다. 프레이저 씨는 세상과 단절된 대학 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무려 270kg이 넘는 거구의 남성을 연기했는데요. 분장을 위해 4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난번 수상식에서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출시된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의 선전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이번 시상식에서는 OTT 업체 ‘넷플릭스’가 만든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상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이번 시상식에서는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매버릭’,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작인 ‘아바타’의 후속작인 ‘아바타:물의 길’ 등이 후보에 올라 눈길을 끌었는데요. 결과는 어땠나요?
기자) 두 영화 모두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에브리씽’에 막혀 수상에 실패했고요. ‘탑건’은 음향상 등 수상했고, ‘아바타: 물의 길’은 시각효과상 등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오스카 시상식은 앞서 크고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94회 오스카 시상식에는 배우 윌 스미스 씨가 자기 아내를 두고 농담을 던진 진행자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벌어졌고요. 지난 2017년 89회 오스카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수상작이 잘못 호명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이번 시상식은 별다른 탈 없이 진행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