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64)의 죽음에 민주당은 10일 하루 종일 긴장감이 맴돌았다. 당초 이날 오전 9시까지만 해도 “민생 행보 등 정해진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겠다”던 이 대표 측은 유서에 이 대표 관련 내용이 있다는 보도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이지, 나 때문이냐”고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철저하게 선을 그었던 이 대표는, 회의 후 뒤늦게 모든 오후 일정을 취소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오후 1시 조문 일정을 공지했지만 유가족과 협의가 길어진 탓에 이 대표는 6시간 40여 분을 차에서 대기하다 오후 7시 42분에야 빈소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오후 8시 5분까지 23분간 빈소에 머물렀다. 빈소에 들어갈 때와 빈소에서 나올 때 모두 유서 관련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당도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친명(친이재명) 진영은 일제히 “검찰의 강압 수사”를 비판한 반면 비명(비이재명) 진영은 “당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우는 것 같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李, 오전엔 “검찰의 미친 칼질 용서할 수 없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마지막 순서로 발언에 나선 이 대표는 8분여에 걸쳐 검찰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중간중간 목이 메이기도 했다.
그는 “어제 믿을 수 없는 부고를 접했다. 자랑스러운 공직생활의 성과들이 검찰의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적인 압박 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의 미친 칼질을 용서할 수 없다”며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 없는 사실을 조작을 해가지고 자꾸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수사 당하는 것이 제 잘못이냐. 주변의 주변까지 털어대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내느냐”고 했다. 그는 정치권을 겨냥해서도 “이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당초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지역 민생 행보를 이어간 뒤 저녁엔 지지자들과 직접 만나는 ‘국민보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대표는 해당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오후 1시경 빈소로 직행했지만 유족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내내 차에서 대기해야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에야 뒤늦게 유족들의 동의를 얻고 조문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 대표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족들이) 대표님도 기운 내시고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밝혀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非明 “당에 음산한 기운, 사퇴론 불붙을 것”
비명 진영은 전 씨의 유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일단 유서 전체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당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우는 것 같다”며 “유서에 ‘이 대표가 결자해지 하라’는 내용이 있으면 사퇴론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주변에서 저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데 당 대표가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뒤로 물러서 있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 연말 퇴진론은 ‘소설’”이라며 이 대표 책임론을 일축했다. 당 지도부 소속인 한 의원도 “지금은 이 대표 체제로 똘똘 뭉쳐서 가야할 때”라며 “윤 정부와 검찰의 공격으로도 모자라 내부 총질까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가 11일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규탄하는 장외집회에 참석한다고 공지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