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강행 안돼” 불참하기로
秋 “노사갈등만 더 커질 우려”
勞 “고통받는 노동자 외면 말라”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같은 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뉴스1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을 하루 앞둔 2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헌법·민법 원칙에 위배되고 노사 갈등을 확산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며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이 법은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 등으로 확대하고, 사측이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부 여당과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 부총리-고용장관 “개정안은 헌법·민법과 충돌”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에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도 포함시켜 그 범위를 모호하게 확대한다”며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등을 위배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원청이 어느 범위까지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섭에 나서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부당 노동 행위, 임금 체불 등 사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분쟁 대상조차 노동쟁의 대상으로 무리하게 포함시켜 노사 갈등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개정안의 무리한 국회 강행 처리 시 사회 갈등과 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국가 경제 전반에 심대한 부정적 여파가 예견된다”며 노란봉투법 입법이 경제에 초래할 부작용도 우려했다. 그는 “(국회가) 각계의 우려 사항을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재논의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같은 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입법”이라며 철회를 요청했다. 그는 “(개정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 및 결정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사업주에게 노조법상 사용자의 모든 의무를 부여한다.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서 기존 대법원 판례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법원에서 단체교섭, 노동쟁의 관련 손해배상을 인정할 때 노동자 개별적으로 배상 책임을 산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개개인의 과실 비율을 알 수 없을 때 ‘공동 불법 행위자’ 모두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도 이날 “개정안은 쟁의 대상을 확대해 민법상 당사자 관계 원칙을 무시하고 도급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 노동계 “판례도 이미 확립”… 野 강행 처리 방침
노동계는 입법을 촉구하면서 정부 여당을 비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구체적 지배 및 결정하는 자’까지 확대하는 건 이미 판례에서 확립된 지극히 정상적인 입법”이라며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된다 한들 교섭장에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CJ대한통운과 하청 택배기사들의 노사 관계를 인정한 1월 서울행정법원 판결 등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노조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개정안 조항을 옹호하며 “고용부 장관은 사측의 보복성 손배 가압류 폭탄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윤석열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이 노조법 2, 3조의 올바른 개정”이라며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용자가 교섭에 나오지 않아 생기는 갈등과 사회적 비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으면 제시해 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21일 국회 앞에서 노조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민주당이 전체 16석 중 9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의결할 수 있다. 이후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는데, 입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이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바로 본회의에 부치는 ‘직회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체회의에 불참하며 항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행 처리는 국민에게 손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