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에 대해 경찰이 강도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또한 경찰은 이번주 이기영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현재 얼굴을 공개할 전망이다.
2일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기영이 저지른 두 건의 범행 모두 일반적인 살인이 아닌 금품을 노려 의도적으로 벌인 강도살인으로 보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이기영에게 현재 적용된 혐의는 살인 및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등이다. 형법상 살인죄는 형량이 5년 이상 징역~사형이지만 강도살인 최하 형량이 무기징역, 최고는 사형으로 훨씬 무거운 벌을 받게 된다.
이기영은 피해자들을 살해하고 그들의 돈을 쓴 사실은 인정하지만 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며 우발적 범죄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기영의 추가 범행 가능성을 두고 그와 1년간 연락한 주변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대부분 완료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기영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전화를 한 380여 명의 95%가량은 연락이 닿은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0여 명은 통신사 문제 등으로 확인이 늦어지고 있으나, 현재까지 추가 피해자로 의심될 만한 정황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이기영은 한차례 이혼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그 상대의 안위도 경찰이 이상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택시기사처럼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고, 이기영이 검거 당일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시비가 붙었던 사실이 알려진 만큼 경찰은 이기영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경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내고 택시기사인 60대 피해자 A 씨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주겠다며 파주시에 있는 자기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아파트 옷장에 시신을 숨긴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8월 초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A 씨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기영은 범행 직후 600만 원 상당의 커플링, 고급 술집, 호텔 비용을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기영은 A 씨의 스마트폰 잠금 패턴을 풀어 비대면 방식으로 수천만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출금액을 합하면 5400만 원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기영이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받은 금액 등은 총 7000만 원가량이며 동거했던 B 씨 명의로는 1억여 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기영은 A 씨가 소지하고 있던 수첩에 그려진 패턴을 보고 스마트폰 잠금을 푼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를 이용해 A 씨를 걱정하는 가족의 메시지에 답하며 A 씨 행세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기영의 행적과 범죄 사실 등을 종합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있는지 분석 중이다. 면담 결과 외에도 과거 범죄 이력, 유년기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온다. 이에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 등을 해 전과 4범인 이기영은 약 1년 전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범죄 전과는 없다.
이기영의 체포일로부터 원래 구속 기한인 열흘이 만료되는 시점은 3일이나 영장실질심사 출석 등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하루 이틀은 전체 시한에서 제외할 수 있어 경찰은 4일 송치를 목표로 수사 중이다.
이기영이 검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포토라인 등을 통해 취재진 앞에 얼굴을 보일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