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飛’는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로 유명을 달리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게 마음 깊이 위로 말씀을 전합니다. 또 물적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의 빠른 복구와 일상 회복을 기원합니다. |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하늘은 허탈할 정도로 파랗고 맑았습니다. 연휴 내내 지금까지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먼 바다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태풍이 또 하나 만들어진 겁니다.
제12호 태풍 ‘무이파’의 위력은 힌남노만큼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까지는 전성기 때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약 40m로 강한 태풍으로 발전한다는 예상이 대부분입니다. 북상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해진다는 점이 위안이긴 하지만 힌남노가 할퀴고 간 상처가 그대로인 지금 또 다시 태풍을 맞으면 더욱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무이파는 북상 도중 대만 타이베이 동쪽 400km 해상을 통과할 때 속도가 이동 극단적으로 느려지면서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타이베이를 지나면서는 다시 속도를 붙이는데, 이 때 이후 진로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동쪽으로는 한반도 상륙, 서쪽으로는 중국 해안가를 따라 북상하는 시나리오까지 다양합니다. 기상청뿐만 아니라 태풍을 관측하는 세계 각국 기상 관측 기관에서도 무이파의 예상 경로를 중국부터 한반도까지 폭넓게 열어두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경로 예보는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서 발표되겠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아직 우리나라에 바짝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기상·방재기관과 언론에서 “가을 태풍이 더 심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자주 경고하는 이유도 이 계절쯤에 우리나라 근처에 태풍의 길목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평양 외 중국이나 한반도 북쭉의 기압배치 영향을 받긴 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과 확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태평양의 수온입니다. 그런데 지난 ‘날飛’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북서태평양 쪽의 수온은 평상시보다 많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북태평양고기압도 우리나라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태평양 수온이 높은 이유는 ‘라니냐’ 때문인데, 이 라니냐가 만 2년을 넘어 3년째 이어지고 있어 태평양 수온이 쉽사리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번 기사가 나간 뒤 ‘라니냐는 수온이 낮은 현상 아니냐’는 말씀을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라니냐는 수온이 낮은 현상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수온이 낮은 지점이 우리나라 정반대쪽에 있는, 태평양 서남쪽 페루 지역 바닷가 기준입니다. 이 쪽 수온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동북쪽 태평양, 우리나라와 아시아 쪽 수온은 높아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처럼 바다의 수온이 높으면 태풍도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태풍으로 발달한 제12호 ‘무이파’를 제외하고도 북태평양 해역에서는 우려스러운 소용돌이들이 한두 개 더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이 소용돌이가 태풍으로 발달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잘못하면 연달아 태풍이 우리나라 주변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추석 직전에 내습한 강력한 태풍으로 우리는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니라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라도 또 다른 태풍이 가까워지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든 간에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와 함께 주변의 상실에 공감해주는 마음이 있다면 아픔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