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최근 평양 경루동 살림집 현지 지도를 크게 선전했다. 반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우리 군의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최대 명절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 제110주년을 앞두고 김 총비서의 민생행보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대남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면서 남북한 간의 ‘대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1~3면에 걸쳐 김 총비서가 평양 중구역 경루동에 들어선 ‘보통강안 다락식 주택구’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경루동 전경과 김 총비서와 책임일꾼들이 살림집 내·외부 및 주변 환경 등을 살피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실렸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번 현지 지도에서 경루동 살림집 내부와 주변 환경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태양절 전야에 준공식과 입사증 전달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그동안 살림집 건설에 열을 올리면서 김 총비서의 민생행보를 부각하는 데 집중해왔다. 김 총비서는 앞서 2월엔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착공식에 참석했고, 지난달 16일에도 완공을 앞둔 송신·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을 현지 지도했다.
이런 가운데 신문은 이날 4면에선 서욱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겨냥한 박정천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함께 실었다.
서 장관이 앞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군이 적의 위협에 대응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임무다.
그러나 북한은 박 비서와 김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서 장관의 해당 발언을 겨냥해 “위험한 망발” “반(反)공화국(반북) 군사적 대결 광기” “망솔(경솔)한 객기”라고 공격했다. 박 비서와 김 부부장은 서 장관 본인에 대해선 “미친X” “천치바보” “쓰레기”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북한이 김 총비서의 민생 행보 선전에 집중하는 동시에 이처럼 강력한 대남 메시지를 낸 건 그만큼 우리 군 당국의 대응태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단 방증으로 해석된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김여정·박정천의 이번 담화는 그들(북한)이 비록 ‘최후의 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군에 대한 감시·정밀타격 능력은 갖고 있지 못한 불안감과 열등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센터장은 “김여정은 작년 9월25일 남한의 ‘도발’ 용어 사용을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한 후 약 6개월간 침묵을 유지하며 남한 정세를 관망해왔다”면서 “이번 김여정·박정천 담화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4면 상단에 게재된 건 그들의 향후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북한은 이달 ‘태양절’뿐만 아니라 김 총비서 집권 10주년을 기념할 만한 상징적인 날들도 맞는다. 11일은 김 총비서가 ‘당 제1비서’가 된 지 10년, 그리고 13일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된 지 역시 10년째 되는 날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데 이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지하갱도 복구에도 나서 “조만간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 등의 이번 담화가 이 같은 고강도 무력도발과 그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의 ‘신호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