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무력 사용이 현실화 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과 함께 즉시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힌 만큼 더 이상 모호한 태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훈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고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이날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대러 수출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에 ‘규탄’ 대신 수위가 낮은 ‘우려’를 표명하며 제재에도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지만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정부의 이런 변화는 한미 동맹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호주 같은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한국 정부도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이 감지된 직후부터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 통제 제재안을 우리 정부에 공유하며 참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라고 조건을 걸었지만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감행한 이후에도 구체적인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제재 항목을 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행되면서 (한국이)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는 부분은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