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 정치인 등을 상대로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했다는 논란에 대해 뒤늦게 유감을 표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가 이달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알리면서 논란이 된 지 19일 만이다
공수처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없이 답습하면서 최근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가입자정보) 조회 논란을 빚게 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상 필요에 의한 적법한 수사 절차라 해도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공수처는 외부 인사를 주축으로 통신 관련 수사 활동을 점검하고, 수사 업무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수처는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 등 일반인의 통신자료(가입자정보) 확인이 불가피했던 점, 수사 중인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혜량해 달라”고만 했다.
앞서 공수처는 기자들을 상대로 한 통신자료 조회 의혹이 불거지자 13일 “법원의 영장 등에 근거해 적법 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열흘간 같은 입장만 되풀이했다. 공수처는 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와 채널A 등 방송사 소속 사회부 기자 수십 명을 상대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은 물론 정치부 기자나 야당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도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을 빚어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수처가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21명의 통신기록을 무더기로 조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서 조회한 의원은 김 원내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한기호 전 사무총장, 박성민 사무부총장 등 야당 지도부가 다수 포함됐고 조회 시기는 10∼11월에 집중됐다고 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