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킹 오브 킹스> (1)
이번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오는 7월 16일 개봉하는 영화 <킹 오브 킹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 영화의 한국판 더빙에는 찰스 디킨스 역 이병헌 배우를 비롯해 아내 캐서린 디킨스 역 이하늬 배우, 예수 그리스도 역에 진선규 배우, 베드로 역에 양동근 배우, 폰티우스 필라투스(본디오 빌라도) 역에 차인표 배우, 헤로데(헤롯) 대왕 역에 권오중 배우, 대제사장 역에 장광 배우 등 크리스천 연예인들이 대거 힘을 보탰습니다. -편집자 주
신앙적 작품 남기려 최선 다해
최고 기술력과 더빙 배우 참여
한국 작품 사상 북미 최다 관람
기독교 예술인들, 이 영화처럼
성경과 그리스도 전하는 작품
남기려 한다면 좋은 결실 나와
복음서 영화 제작을 위한 감독과 배우들의 열정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린 영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Franco Zeffirelli)의 <나사렛 예수(Jesus of Nazareth, 1977)>를 떠올릴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 작품은 원래 영화관 개봉작은 아니었고, 이탈리아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러닝타임이 매우 길다(382분). 덕분에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매우 자세하게 묘사했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당대 최고 연기자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예수 그리스도 역 로버트 파웰(Robert Powell)은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져도 모친 마리아 역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 백부장 역 어니스트 보그나인(Ernest Borgnine, <에어울프> 시리즈 부조종사 산티니 역), 발타자르 역 제임스 얼 존스(James Earl Jones, <스타워즈> 시리즈 다스베이더 역), 대제사장 가야바 역 앤서니 퀸(Anthony Quinn, <노틀담의 꼽추> 콰지모도 역), 서기관 제라 역 이안 홀름(Ian Holm, <반지의 제왕> 빌보 배긴스 역) 같은 대배우들이 한 작품에 동시에 출연한다. 당연히 연기 수준은 최고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 후 기억에 남는 그리스도에 관한 영화로 멜 깁슨 감독(Mel Gibson)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를 떠올릴 수 있겠으나, 이 작품은 그리스도의 생애 전체가 아닌 십자가 상의 죽음부터 부활까지 내용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도 최고 수준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등장해서 극을 이끈다.
물론 성경 고증을 충실히 하기 위해 작품 전체를 아람어와 라틴어로 연기한지라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탈리아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나사렛 예수>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일단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 인생을 모두 걸고 연기에 임한다. 그만큼 복음서 내용이 서구권 배우들에게는 장엄하고 숭고하며 초월적인 감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와 주변인의 생애를 보여주려면 보통 수준의 연기력과 열정 갖고는 도전조차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할 만큼 그 무게감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이런 부담감은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를 들어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의 삶을 영화로 그려낸다고 하면, 배우들을 결코 아무나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최고의 연기력을 갖췄으면서 사생활 부분에서도 큰 구설수가 없는 배우들을 선정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4월 미국에서 개봉했고 오는 7월 16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 2025)>도, 방금 소개한 두 작품처럼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려낸다.
다만 작품의 형태와 시청 대상이 조금 다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고,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렇지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의 무게감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성경의 기사들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영상으로 펼쳐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제작된 점이 오히려 서사의 초월적 분위기 연출에 큰 도움을 준다.
장성호 감독의 신앙적 작품, 선교 목표와 흥행 성공 모두 달성
이 작품은 한국의 VFX(시각효과) 전문업체 모팩스튜디오가 최초로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회사 대표이자 작품 연출을 총괄 지휘한 장성호 감독은 국내 VFX 부문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삼일교회 집사로 봉사하는 기독교인으로서 선교 효과와 흥행 성적 모두를 목표로 본 작품을 제작했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런 그의 바람은 실제로 이뤄졌다. 이 작품은 지난 4월 개봉 후 북미지역 박스오피스 최고 2위까지 올라갔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와 애니메이션 전체를 통틀어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 매출을 올린 작품이 됐다. <킹 오브 킹스> 전까지 북미 지역에 수출된 국산 영화 중 가장 큰 수익을 올렸던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약 777억 원)이다.
<킹 오브 킹스>는 제작비 2,500만 달러(약 360억 원)에 7월까지 북미 박스오피스 총액 6천만 달러(약 820억 원)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이 약 5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므로, 이미 300억 원 이상의 순수익을 거둬들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개봉 수익이나 부가 판권시장 수익(DVD, 스트리밍 서비스 판매 등)도 예상되므로, 영화와 관련된 수익은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작품 역시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전반을 그려낸 영화다 보니, 애니메이션이라도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찰스 디킨스 역 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 <프랑켄슈타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해리 포터> 시리즈 길더로이 록하트 역), 캐서린 디킨스 역 우마 서먼(Uma Thurman, <펄프 픽션> 미아 웰러스, <킬빌> 베라트릭스 키도 역), 예수 그리스도 역 오스카 아이작(Oscar Isaac,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 포 다메론, <듄> 시리즈 레토 아트레이드 1세 역), 헤롯 대왕 역 마크 해밀(Mark Hamill, <스타워즈> 시리즈 루크 스카이워커 역), 본디오 빌라도 역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osnan, <007> 시리즈 5대 제임스 본드 역)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이 장편 애니메이션에는 원작이 따로 존재한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라는 작품이다. 디킨스가 어린 자녀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가르쳐 주기 위해 쓴 글로, 원래 출판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은 디킨스가 사망한 지 50년 넘게 지난 1934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간에 공개됐다.
디킨스는 생전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그는 영국국교회 가정에서 성장했고, 한때 유니테리언 교회(계몽주의 정신에 따라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하고 만인구원설을 주장한 기독교 교파)에 출석했다가, 장년기 이후 다시 영국국교회 소속 신자로 살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시 덧붙이자면 디킨스처럼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위해 책을 집필한 문호로 영국의 C. S. 루이스(Lewis)가 있다. 루이스 역시 영국국교회 신자였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은혜를 알레고리적으로 새롭게 각색한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를 집필했다.
종합해 보자면, <킹 오브 킹스>라는 작품은 대문호 디킨스의 작품을 원본 삼아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려내며, 최고 수준의 VFX 기술을 동원해 영상미를 살렸고, 역시 최고 수준의 배우들을 기용해 목소리 연기를 맡겼다.
게다가 복음서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삼일교회 송태근 담임목사와 총신대 교수진의 자문을 받았고, 영어 대사 또한 신학적으로 충실하게 기술하려고 예일대 신학과 교수들의 자문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 작품은 역대 가장 뛰어난 복음서 영화만큼이나 출중한 작품성을 갖췄고, 덕분에 북미에서 자라나는 세대를 향한 선교 목표는 물론이거니와 큰 흥행 성적까지 거두는 성과를 남겼다.
<킹 오브 킹스>는 높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 없는 작품이다.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알리려고 감독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력과 자원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장성호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작품 제작에 필요한 투자를 받는 데 막대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심지어 투자비 가운데 90억 원 정도는 사비로 충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성호 감독은 마치 전근대 유럽 독실한 기독교인 화가나 작곡가처럼, 예술인으로서 신앙의 작품을 남긴다는 정신으로 끝까지 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힘을 쏟았다. 이는 오늘날 기독교 콘텐츠 제작의 훌륭한 모범으로 남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물론 모든 기독교 예술인들이 수십-수백억 원의 재원을 들여 작품을 남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로 쏟아붓겠다는 자세로 성경과 그리스도를 전하고 가르치는 작품을 남기려 한다면, 분명 상당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 좁은문은혜교회에서 목회자로 섬기면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