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기독교는 선교 140주년을 맞는다. 1884년 4월 5일 부활절, 각각 미국 북장로교와 북감리교로부터 파송 받은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부부가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한 날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언더우드는 이후 본국에 한 선교 보고에서 “씨를 뿌려야 할 때, 이미 다른 이가 뿌린 씨앗의 열매를 거두고 있다”라고 고백한다. 선교사가 들어오기도 전에 조선 땅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전해져 있었던 까닭이다. 성경 중심 개혁주의 교단의 다음세대들이 이 땅에 전달된 복음의 흔적을 좇아 나섰다.
총회 학생지도부(부장:김인환 목사, 이하 학지부)가 2월 10~13일 홍콩과 마카오에서 ‘제10회 총회 SCE 비전트립’을 진행했다. ‘진리로 거룩하게 하소서’(요 17:17)를 주제로 3박 4일간 열린 비전트립에 총회 산하 전국교회 100여 명의 청소년·청년 리더들이 참가했다. 믿음의 선구자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홍콩과 마카오 내 중국 선교 유적지를 답사하며 그들의 삶과 헌신에서 영감을 받은 참가자들은 각자의 신앙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첫날 저녁 현지 한인교회를 찾아 드린 개회예배에서 주제 말씀을 본문으로 설교한 학지부장 김인환 목사는 “‘진리’에 관심이 없고 ‘거룩’을 무시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진리로 거룩해야 할 이유는 단 한 가지, 진리인 하나님께서 거룩하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점점 타락으로 물들어 가는 세상 문화 가운데, 하나님께 속한 사람답게 살기로 결단하자”라며 바벨론 문화 속에서도 하나님의 거룩함을 드러낸 다니엘처럼, 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구별된 삶을 살아내는 SCE 학생들이 되길 축복했다.
이번 비전트립은 매일 오전 강의로 일정이 시작됐다. 총회 다음세대들에게 도전과 비전을 심기 위해 함께한 5명의 강사들은 말씀으로 아침을 깨웠다.
먼저 지난 회기 학지부 서기를 지낸 홍승영 목사(장지교회)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법’(빌 2:13)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길 당부했다. 홍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을 동역자로 생각하셔서 우리를 통해 일하고 싶어 하신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하나님께서 주시는 소망과 나를 통해 얻으시려는 기쁨이 무엇인지 발견하는가”라며 학생들에게 ‘기도일기 쓰기’ 실천을 방법으로 제안했다. 이어 ‘대언자를 찾으시는 하나님’(겔 37:1~10) 제하의 말씀을 전한 나영진 목사(만남의교회)도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은 반드시 이루신다”라면서 “이때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건 해결사가 아닌 대언자”라고 천명했다. 나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을 회복하시기 위해 지금도 대언자를 찾으신다”라면서 가족의 구원과 교회의 회복,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학생들의 입술을 통해 열매가 맺히길 기대했다.
전국 SCE 40대 회장을 역임한 정규재 목사(강일교회)는 ‘오늘의 느헤미야, SCE맨’(느 1:1~5)을 제목으로 과거 청소년·청년 시절 SCE 활동으로 얻은 은혜를 후배들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정 목사는 “어릴 적 품은 ‘한민족과 젊은이를 섬기는 복음 통일 생명공동체의 주역’이라는 비전이 하나님의 섭리 역사하심으로 삶이 됐다”라고 간증하며, 학생들에게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 하나님 역사의 도구로 쓰임 받기 위해 살 것”을 요청했다. 크리스천진로상담연구소장 김진욱 목사 역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달란트를 주신 이유는 남기기 위함”(마 25:19~30)이라면서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를 발견하고, 그 달란트를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진로를 택함으로써 빛과 소금으로 세상에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내는 삶을 권면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김종석 목사(은석교회)는 비전트립을 마치고 돌아가 ‘그리스도인의 성품’(벧후 1:3~7)으로 세상을 살아갈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도우심과 성령의 역사하심이 함께하실 것을 확신하며 격려했다. 참가자들은 김 목사의 인도를 따라 ‘불을 내려주소서’와 ‘나로부터 시작되리’를 함께 찬양하며, 어떤 상황에도 ‘진리’를 따라 ‘거룩’의 자리를 선택할 것을 결단했다.
하루를 은혜로 시작한 학생들은 홍콩과 마카오의 다채로운 풍경과 문화를 체험하면서 서로 간에 유대를 더욱 돈독히 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중국 땅에서 우리 신앙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첫날 현지 선교사를 통해 중국 기독교의 역사를 배웠다. 중국 최초 선교사로 한글 성경의 토대가 된 한문 성경을 번역한 로버트 모리슨, 내륙 선교의 길을 열어 한국 기독교 선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허드슨 테일러, 중국 선교사로 파송받았지만 조선 땅에 한문 성경을 반포하고 또 순교함으로 한국교회의 씨앗이 된 로버트 토마스, 최초 한글 성경 번역으로 조선 복음 전파의 물꼬를 튼 존 로스 등을 소개받은 이들은 중국 기독교 선교 역사가 곧 한국 기독교 선교의 역사였음을 깨달았다. 학생들은 이튿날 마카오에 위치한 로버트 모리슨 기념교회 및 묘역을 직접 찾아 둘러보며, 내가 믿음을 얻기까지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지금도 여전히 신앙의 자유를 갖지 못하는 중국의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타국에서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발견한 총회 다음세대들은, 하나님 나라를 향한 비전을 품고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내는 삶을 살고자 다짐한 채 다시 세상으로 거룩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