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딸에 희망 보여주려 기적을 걷는 아빠 < 피플 < 기사본문





난치병에 걸린 어린 딸에게 기적을 선물해주기 위해 기나긴 여정에 나선 아빠가 있다. 그리고 그 발걸음에 많은 사람들이 동행하며 기적을 조금씩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오산교회를 담임하는 전요셉 목사의 딸 사랑 양은 만 3살이 된 올해 5월, 그 이름도 생소한 ‘뒤센형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이라는 근육병의 확정 진단을 받았다. 1년 전 폐렴 증상으로 간 병원에서 간 수치가 높다는 소견을 받은 뒤 정밀 피검사와 유전자 검사, 염색체 검사를 거친 끝에 받아든 결과였다. 퇴행성 근육 위축증의 하나로, 근육 조직이 점차 약해지고 기능을 상실하는 희귀성 유전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 기립이 어려워 휠체어 및 침상 생활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골격 악화 및 심폐 기능이 손상돼 30세를 전후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주로 남자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드물게 여아에게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 경우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경도로 끝나지만, 사랑이와 같이 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확률은 무려 5000만분의 1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우리 가정에 닥치니까 마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헛구역질이 나오는데… 그날부터 식음을 전폐하며,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조부가 설립한 개척교회에서 이어 목회하며 어려운 형편에 사례비도 받지 않고 섬겼다. 결혼 후에는 50만원씩 사례비를 받았지만 그마저도 다시 헌금해 교회 재정에 보탠 그였다. 나고 자란 교회를 섬길 수 있다는 것을 평생의 기쁨으로 여기고 살아온 전 목사에게 들려온 청천벽력의 소식. 하나님을 원망할 법도 한데, 그의 입에서는 오히려 회개의 기도가 흘러나왔다.


“‘목회에 모든 근육을 쓰지 않아서 딸의 근육을 하나님께서 가져가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딸을 향한 애절함 만큼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영혼들을 귀히 여기지 않았던 모습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마다 잠든 딸의 딱딱해진 다리를 마사지하며 눈물로 애원하던 전 목사에게 한 줄기 빛이 비췄다. 올해 미국에서 뒤센형 근이영양증에 대한 유전자치료제가 개발돼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비록 완치제는 아니지만 근육병 진행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해당 치료제는 현재 미국에서만 구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 한국에 들어올 때쯤이면 사랑이는 이미 치료제의 골든타임인 4~5살을 넘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330만달러(한화 46억여 원)에 달하는 비용은, 자비량으로 교회를 섬기려 운영한 아내의 피아노학원 매각 비용 9000만원 남짓이 전부였던 그를 다시 절망케 했다. 그 순간 우연히 접한 한 외신 기사가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칠레에서 사랑이와 같은 병에 걸린 아들을 둔 한 엄마가 국토대장정을 통해 53억원 이상의 돈을 모아 곧 미국에서 아이를 치료시킬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딸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준비가 돼 있던 전 목사에게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 해도 일단 도전이었다. 그 즉시 딸의 사연을 전하는 형광 조끼와 사랑이를 향한 마음을 담은 피켓을 제작했고, 2주 만에 국토 대장정에 나섰다. 11월 5일 부산을 출발해 울산과 대구, 대전을 거쳐 21일 가족들이 기다리는 청주에 이르렀다. 때로는 식사하러 들어간 곳에서 동냥하러 온 사람 취급을 받아 내쫓기기도 하고, 위로가 절실했던 곳에서 외면 당하기도 했다. 연골연화증으로 4번의 수술을 받은 전 목사의 무릎은 이미 망가진지 오래였다.


쌀쌀해진 날씨에 몸도 맘도 얼어붙으려던 찰나, 하나님께서는 그가 혼자가 아님을 경험케 하셨다. 함께 길을 걸어준 동료들부터 길에서 따뜻한 차를 건네준 행인과 먼저 다가와 안아준 한 아이의 아빠, 식사를 대접해준 음식점 사장, 차로 경적을 울리며 파이팅을 선물해준 트럭기사와 사진을 찍어 SNS로 알리겠다고 응원한 청년들까지. 집 근처 교회를 지날 때는 모든 교역자들과 성도들이 나와 축복송을 부르고 꽃다발을 전해주며 전 목사를 눈물로 맞이했다. 따뜻한 관심과 다정한 말 한 마디는 힘을 솟게 했다. 비록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어도 함께 꿈꾸고 응원해준 이들의 격려와 사랑 덕분에 하루 평균 10시간, 약 40km의 길도 고단치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결코 슬픔으로 끝나지 않게 하셨습니다. 가장 외롭고 힘들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환대를 받게 하셨습니다. 황무지 같은 곳을 지날 때면 지나가던 차를 세워서라도 홀로 두지 않으신다는 걸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이 아빠의 기적의 국토대장정에는 이제 7만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한다. 치료비 46억원 모금을 목표로, 46만명의 후원자를 모으는 만원의 기적 챌린지에 현재까지 동참한 이들의 숫자다. 그리고 어느덧 경기도에 진입한(25일 기준) 전 목사의 발걸음은 최종 목적지인 광화문을 향해 오는 29일까지 계속된다.


“한 점의 빛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는데, 빛이 꺼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시니 빛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내일이 두려운 게 아니라 기대가 됩니다. 사랑이가 적기에 치료를 잘 받아 엄마아빠와 같이 걷고 뛰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생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평안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아비로서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후원계좌:농협 351-0561-934373 이상아(사랑이 엄마)




“하고 싶은 게 많은 내 딸 사랑아, 아빠는 네가 기대를 품기를 바라. 실망할 수도 있어. 기대할 용기가 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기대한단다. 기대치 못한 곳에서 희망이 기다리고 있거든. 이빠는 네가 희망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단다.


-사랑이 아빠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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