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청년들…결국 답은 그들 안에 있었다 < 특별기획 < 기획/해설 < 기사본문





지난 회차에서 수단 아닌 목적으로 존재하고 싶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기나긴 호소 끝에 귀기울이지 않는 교회에 실망하고 떠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 이것을 언제까지 하나의 현상으로만 치부해 버리고 만다면, 이 시대 청년들은 한국교회 어디에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가나안 성도, 무종교인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도 청년들이 모이는 교회가 있다. 무엇이 이들을 교회로 이끌었을까? 또 그 비결은 무엇일까?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발버둥치며 오늘도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고 있는 교회들을 찾아가 본다. <편집자 주>


부담이던 봉사가 은혜에 따른 섬김으로


3년 전 서울시 강서구에 이룸교회를 개척한 김연국 목사.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개척의 길을 그것도 기존 교회마저 문을 닫게 만든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걸어간 목적은 단 하나였다. 교회를 떠나 헤매고 있는, 길 잃은 청년들을 위한 교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개척을 함께한 9명의 멤버 역시 교회에서 상처받았다가 그를 만나 회복한 이들이었다.


지난 회차에 기술한 청년들의 사례는 실제로 그가 이전에 사역하던 교회에서 수도 없이 마주한 풍경이기도 했다. 그러나 힘없는 전도사 시절에도 김 목사는 청년부 사역자로서 자신이 맡은 양들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담임목사, 장로, 권사들과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루는 한 청년이 울면서 그를 찾아왔다. 살려달라고. 대학에서 악기를 전공하던 그 청년은 주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예배마다 찬양팀으로 섬기다가 번아웃(burnout)이 온 것이었다. 김 목사는 즉시 다음 주일부터 청년이 모든 사역을 내려놓게 했는데, 이후 그는 자기 부서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 그래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김 목사가 했던 이야기가 바로 “청년들을 일꾼이 아니라 영혼으로 봐 달라”는 말이었다. 욕먹는 것도 감수하며 청년들의 울타리가 돼준 김 목사는 다른 한편으로 제자훈련을 통한 영혼의 회복에 힘썼다. 놀랍게도 훈련받고 회복된 청년들은 그토록 놓고 싶어 했던 원래의 봉사 자리로 자원해 돌아갔다. 단순히 제자리로 돌아온 것뿐 아니라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섬김을 통한 감격도 경험했다. 자연스럽게 그를 향한 교회 안의 부정적인 시선도 감사로 바뀌었다.


이룸교회 청년들도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 다양한 봉사의 자리에 서지만, 누구의 지시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받은 은혜에 따른 자발적 섬김의 결과다. 김연국 목사는 “아픔이 사명이 됐다”라며 청년들의 회복으로 일어난 교회의 변화에 감사했다.
이룸교회 청년들도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 다양한 봉사의 자리에 서지만, 누구의 지시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받은 은혜에 따른 자발적 섬김의 결과다. 김연국 목사는 “아픔이 사명이 됐다”라며 청년들의 회복으로 일어난 교회의 변화에 감사했다.




“섬김은 은혜에 대한 반응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자훈련 과정에 교사는 교사대로, 찬양팀은 찬양팀대로 자기에게 주신 달란트로 하나님을 처음 예배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회복한 후 오랜만에 다시 악기를 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찬양하는 한 청년의 모습을 보며 그날 함께한 모두가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교회에서 마주한 이들과 같은 상처를 갖고 세상 속에 방황하는 많은 청년을 위해 김 목사는 2022년 1월 이룸교회를 세웠다. 이러한 그의 고민이 담긴 설교를 SNS로 접한 청년 가나안 성도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어느덧 100명 가까운 청년이 함께하고 있다. 봉사를 강요하지 않는 교회인데, 오히려 봉사자가 넘쳐난다. 오히려 봉사하고 싶어도 제자훈련을 받는 3개월의 기간을 거쳐야 가능하다. 억지로 시키지는 않지만, 은혜로 반응한 섬김을 막지도 않은 이룸교회의 현재 찬양팀은 5개, 팀원만 해도 25명에 달한다.




또한 청년들 열에 여덟은 다른 동네에서 오는 이들로 경기도 수원, 의정부, 심지어 충남 아산에서 매주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중 새벽과 저녁 예배에도 적극 참석한다. 물론 이 역시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은혜에 대한 반응이었다. 먼 곳에서 새벽에 오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 공간 일부를 게스트룸으로 꾸미기도 했다. 인터뷰하는 평일 오후에도 교회는 공부하는 대학생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이들, 악기 연습하러 온 청년 등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 예배당 안에서는 한 청년의 기도 소리가 흘러나왔다.


청년들에 맡기자 청년들이 반응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청년 부흥은 새로 시작하는 개척교회에서나 도전해 봄 직한 기성 교회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강북구에 자리잡은, 누가 봐도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의 우이중앙교회(윤용현 목사)에서도 청년 부흥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니 1960년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청년이 모이고 있는 중흥기를 맞고 있다.


청년교회 담당인 서정모 목사가 이 교회에 부임한 2017년, 열몇 명이 모여 있는 청년부의 모습은 여느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열심을 낸 결과 조금씩 인원이 늘었지만,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는 한 주 만에 흩어지는 연약한 청년들의 모습을 마주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서 목사는 그제야 청년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에게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리고 그때 청년들이 일러준 방법이 오늘의 부흥을 불러온 계기이자 지금 그의 중점 사역이 됐다.


“만나는 청년마다 하나 같이 하는 말이 당장 SNS를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무작정 계정부터 만들고 매일 점심시간마다 라이브 방송을 했습니다. 처음엔 큐티 등의 내용으로 진행했는데, 어느날 한 청년이 ‘목사님 설교는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충격을 받아서 그만둘까도 고민하던 순간, 마침 교회에서 청년들로 팀을 꾸려줬고 사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어요. 연출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그들에게 맡기자,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샘솟았고 그렇게 시작돼 지금껏 이어온 게 ‘무엇이든 물어목사’예요.”


우이중앙교회 청년담당 서정모 목사의 인스타그램 계정 ‘무엇이든 물어목사’에서는 청년들의 삶에서부터 신앙, 교회와 사회 이슈까지 모든 질문을 다룬다. 청년들로 꾸려진 콘텐츠팀에서 정한 주제에 서 목사를 포함한 교회의 어느 누구도 간섭하거나 검열하지 않는다.
우이중앙교회 청년담당 서정모 목사의 인스타그램 계정 ‘무엇이든 물어목사’에서는 청년들의 삶에서부터 신앙, 교회와 사회 이슈까지 모든 질문을 다룬다. 청년들로 꾸려진 콘텐츠팀에서 정한 주제에 서 목사를 포함한 교회의 어느 누구도 간섭하거나 검열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활동 중인 동명의 계정과 채널의 팔로워 수를 더하면 9000명에 이른다. 트렌드에 맞춰 업로드되는 1분 내외 짧은 릴스 및 쇼츠 중심의 영상은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청년들의 삶에 맞닿아 있다. 음주와 흡연, 연애, 결혼 등 이 시대 젊은이들이 마주하는 현실 속 어려움은 물론, ‘주일에 여행갈래요…’ ‘예배 후 소그룹 모임 꼭 참석해야 하나요?’ ‘이 시대에 새벽예배, 꼭 필요한가요?’ ‘주식으로 번돈도…십일조하나요?’ 등과 같이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던 신앙생활의 고민에도 ‘물어목사’는 가감 없이 응답한다. 최근에는 북한 오물 풍선과 목사들의 정치참여, 10·27 집회 등 이슈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가려운 곳을 긁은 청년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덮어놓고 믿는 신앙, 질문할 수 없는 교회의 분위기, 해답을 얻지 못해 혼자서 전전긍긍했던 시간들, 삶과는 동떨어진 메시지까지.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어 떠나 있던 청년들이 영상을 보고 교회로 돌아오는 일들이 일어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청년들의 자율에 맡긴 결과다.




“뭐든지 그들이 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서 올리는 거예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해요. 심지어 검열도 없어요. 제 역할은 청년들이 던지는 질문에 그들이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말 그대로 출연자일 뿐이죠.”


청년들의 자율성은 영상뿐 아니라 이들이 모인 청년교회에서도 고스란히 부여된다. 청년 수련회부터 집회, 이 밖에 모든 행사의 기획은 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한다. 일례로 한 청년이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에 따라서 말씀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 광고를 해서 사람을 모은 뒤 서 목사를 찾아와 성경공부가 진행된 경우도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교회 안의 청년을 살리겠다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담임목사도 청년교회가 무언가를 한다고 할 때 왜 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고, 청년 담당인 서 목사의 의견과 생각을 따른다. 그 덕분에 그 역시 청년들에게 그 권한을 위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전 교인이 함께 토양을 만들어낸 덕분에 100명 넘게 모이는 우이중앙교회 청년부는 이제 교회의 한 축이 되어 더 이상 지원을 받는 교육부서가 아닌 시간과 물질로 헌신을 흘려보내는 지체로 든든히 세워져 가고 있었다.


성경적인 그러나 가장 시대적인


아예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오프라인 현장에서 질문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교회도 있다. MZ들의 ‘핫플’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소울브릿지교회(반승환 목사) 청년공동체 넘버스(NUMBERS)는 지난 5월과 6월, 예배 공간을 공유하는 라이트하우스 서울숲교회(임형규 목사)와 함께 ‘질문의 밤, Q 나잇’ 행사를 진행했다. “와서 질문하세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알면 대답해 주고, 모르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라는 두 교회의 초청에 많은 청년이 신앙과 이성교제, 인간관계, 진로, 재정문제 등등 다양한 인생의 짐을 들고 찾아왔다.


“우리의 관심은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에게 어떤 성경적 해결책을 주자라는 것도 물론 있었지만, 사실은 그들의 고민을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주일날 교회에 있는 사람들의 뻔한 질문이 아니라 일요일 저녁 성수동에 놀러 나온 진짜 청년들의 현실적인 질문들을 듣고 싶었죠.”


반승환 목사는 세대와 닮은 모양으로 복음을 전하겠다는 결심으로 청년들을 위한 예배 공동체 ‘넘버스’를 시작했다. 그는 청년들과 함께 세워가는 넘버스가 그들이 살고 있는 삶의 현장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성경적 가치관으로 균형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텍스트(말씀)와 콘텍스트(세상) 모두에 귀를 기울이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반승환 목사는 세대와 닮은 모양으로 복음을 전하겠다는 결심으로 청년들을 위한 예배 공동체 ‘넘버스’를 시작했다. 그는 청년들과 함께 세워가는 넘버스가 그들이 살고 있는 삶의 현장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성경적 가치관으로 균형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텍스트(말씀)와 콘텍스트(세상) 모두에 귀를 기울이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날 ‘질문의 밤’을 찾은 120여 명의 청년 중 70%가량은 믿지 않는 이들 혹은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질문의 강도도 셌다. 투자와 결혼은 물론 이혼과 교회 내 부조리 등도 스스럼없이 물어왔다. 이에 답변자로 나선 두 교회의 담임목사들 역시 난처한 질문조차 피하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품은 생각을 전했다. 정장 입은 두 목사의 뻔한 대답이 아닌 멋쟁이 두 남자의 거침없는 응답에 객석의 반응도 뜨거웠다.


당시 행사는 청년 전도를 위해 기획된 행사가 아니었다. 두 교회는 당시 실제로 “이후에 우리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풀리고 회복돼 어디 교회든 가면 좋은 것”이라며 청년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질문의 밤’을 앞두고 오후 내내 교회 앞 거리에 차린 ‘크리스천 팝업스토어’도 소통의 일환이었다. 이 시대 트렌드인 ‘팝업’의 성지 성수동에서 예수 분장을 하고 기독교 굿즈를 소개하며 무려 4000명의 청년을 만났다.




이처럼 넘버스 공동체를 이끄는 반승환 목사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를 위해 가장 문화적인 교회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그 중심은 복음적인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길 소망했다. 주일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예배 시간도 그중 하나다. 많은 교회가 점심 이후 이른 오후 청년 예배를 드리다 보니 이어지는 소모임을 마치더라도 남아 있는 저녁 시간에 다시 세상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나 넘버스는 저녁 늦게 드리는 예배의 여운을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가 세상 속에서 살아갈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며 삶의 예배로 이어지기를 바란 것이다.


넘버스 예배를 시작한 지 1년 남짓, 지금은 약 90명의 청년이 함께하고 있다. 세 명 중 한 명은 가나안 성도였거나 믿지 않던 이들이다 보니 때로는 예배 인원이 적을 때가 있지만 반 목사는 그야말로 감사한 일이라고 고백한다.


“교회를 떠났던 청년들이 자기 교회로 돌아가거나 혹은 마음에 맞는 교회를 찾아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을 봅니다. 교회에 부담을 느꼈던 청년들이 이곳에서 예수를 만나고 회복돼 교회를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이죠. 그렇다면 이 시대에 우리와 같은 공동체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번 회차에 ‘청년이 모이는 교회’로 찾은 교회들은 결코 특별한 곳이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청년들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존재하며, 관심과 사랑 속에 그들의 목소리에 반응한 목회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교회들은 ‘청년이 떠나는 교회’의 해결책을 청년들과 소통하며 함께 찾고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청년들의 삶과 신앙을 같이 고민하려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그리 특별한 게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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