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104)가 일본 기업 대신 정부 산하 재단으로부터 배상금을 받는 ‘제3자 변제안’을 수용했다.
30일 외교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30일 오전 이 할아버지 측에 배상금을 지급했다. 앞서 이 할아버지의 자녀들은 재단에 “배상금을 수령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관련 서류도 냈다. 이 할아버지가 받은 배상금은 원금 1억 원에 지연 이자 2억여 원을 더한 3억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할아버지는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018년 10월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제철은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 할아버지는 “국내에 있는 일본제철 자산을 매각해 배상금으로 달라”는 추가 소송을 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3월 일본 기업 대신 국내 기업들이 재단에 기부금을 조성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변제안’을 내놨다.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이 매각돼버려 한일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할아버지를 비롯한 생존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과를 받겠다”며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거부했다. 그런데 양금덕 할머니가 이달 23일 배상금을 받기로 결정한데 이어 이 할아버지도 일주일 뒤 마음을 돌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 15명 중 13명이 ‘제3자 변제’를 수용해 배상금을 수령하게 됐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로 승소한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와 고(故) 박해옥 할머니 유족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 씨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노환과 섬망증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정상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형제들에게 누가 서명했고 돈을 수령했는지 확인해 취소할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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