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명의 ‘초저출생’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5년 간 아동 학대로 숨진 0세 신생아가 8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통계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아동학대 피해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동학대로 사망한 12세 이하 아동은 총 202명이었고, 이 중 83명(41%)이 12개월 미만이었다. 한 해 평균 17명의 신생아가 첫 돌도 맞이하지 못한 채 아동학대로 숨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숨지게 한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 또는 양육자로 드러났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례 중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85%였다. 부모의 동거인 등 대리양육자인 경우는 8%였다. 학대로 사망한 아동 10명 중 9명(91%)은 가해자와 한 집에 같이 살고 있었다.
이처럼 알려지지 않은 학대 사망 아동 숫자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변사한 아동 1000여 명을 부검한 결과 391명에게서 학대당한 정황이 발견됐다. 이 기간 정부가 공식 집계한 아동학대 사망 사례가 90건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망 사례는 정부 통계보다 네 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과수는 “아기의 몸에 뚜렷한 외상이 남지 않는 경우 사인이 영아급사증후군이나 불명으로 기록될 수 있어 드러나지 않은 암수 범죄가 더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의원은 “정부 통계로 드러난 학대 사망 아동 사례가 실제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며 “저출생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내기 위해 아동보호체계를 견고히 하고, 국가 차원에서 학대 징후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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