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사람이 공약이다 < 논단 < 오피니언 < 기사본문



이창수 목사(대구 수정교회)
이창수 목사(대구 수정교회)


매년 총회를 지나면 두꺼운 결의 모음집을 받는다. 그 결의 중 실제로 모두(개인, 교회)에게 필요한 결의는 몇 가지나 될지 모르겠다. 사라져도 사라진 줄 모르는 결의(원칙)가 아닌, 그때만 필요한 결의도 아닌, 모두에게 유익한 백년대계 원칙을 세우고, 세운 원칙에 모두가 이의 없이 성실하게 따르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오해는 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예수 믿는 우리는 달라야 하지 않는가? 그 달라야 함을 ‘거룩’이라고 배우고 가르쳤는데, 누가 봐도 거룩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떤 분이 “목회와 정치는 다른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상당히 충격이었다. 교회의 연합이 노회이고, 노회의 연합이 총회인데, 거기(교회)에서 목사가 되고 장로가 되었는데 어떻게 목회와 정치가 다를 수 있다는지 정말 모르겠다. 사회의 선거보다, 사회의 재판(법)보다 더 공정하고 더 바른 모습이어야 ‘거룩’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사회의 선관위, 법원(재판)은 설령 못 믿어도 노회와 총회의 선거와 재판은 믿을 수 있어야 ‘거룩’이란 말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어느 총회 임원 후보자가 “어떤 총회가 되었으면 좋겠는가?” 하는 질문을 받고 반응한 일이 생각난다. “원칙을 바로 세워 공정하게 적용하는 총회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요청했더니 그 후보는 말을 아꼈다. 이런 바람이 시기적으로 안 맞는다거나 이상에 지나지 않아 그랬는지 모르지만, 많은 교인과 교회가 원하는 바에 대해 자신있게 약속해 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누구를 위한 법, 누구를 위한 (법) 계정, 누구를 위한 결의, 누구를 위한 원칙, 누구를 위한 총회가 되어야 할지를 제109회 총회는 깊이 심사숙고해 주기 바란다. 1600여 명의 총대나 그 이하 소수를 위한 결의가 아닌 총회의 풀뿌리인 교단 산하 모든 교회와 모든 교인이 납득하고 믿음이 흔들리지 않을 결정을 해주기를 바란다.


기독교 계열 모 신문에서 ‘정의와 공정, 상식과 공의가 작동하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의 소제목은 ‘세상을 닮아가는 교회 정치제도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성경밖에 길이 없다’였다. 그렇게 되어야 할 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신문에 기사로 실려야 하는 이유는 교회 정치가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했다는 증거라고 본다.


회귀하는 방법을 아는데 회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면 정말 심각하지 않을까? 기도해야지 하면서도 기도하지 않고, 잘 믿어야지 하면서도 잘 믿지 않는 그 상태에서 누가 기도하도록 만들어주고, 누가 잘 믿도록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소용이 없다. 그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만 갖고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중심에 진정한 안타까움이 있더라도 누가 그것을 알아주고 누가 잘못을 이해하겠는가?


우리는 분명 기도할 수 있고, 잘 믿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기도하고 잘 믿는 데 사용치 않고, 다른 데 사용하고 있기에 여기까지 힘을 분산할 수 없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이런 근본적인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교회를 지도해 줄 노회와 총회는 다른 데 신경을 쓰느라 외면하면 교회는 맥이 빠진다.


새로운 회기를 이끌어갈 총회임원 기관장 상비부장 등 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으로 돌입하고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총회를 발전시키겠다는 공약들이 풍성히 나올 것이다. 제109회 회기는 “공약은 공약으로 끝나는 것”이라는 말을 씁쓸하게 되씹지 않을 성(聖) 총회이기를 바란다.


공약은 필요치 않다. 사람이 공약이다. 사람을 잘 세워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 친분 등을 다 떠나 109회기에 꼭 맞는 일꾼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 실수가 없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실수가 생기면 교회와 교인이 계속 아파야 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한 치 앞을 신앙과 믿음으로 예상하고 기대할 수 있는 성(聖)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5월 논단에 기고한 내용을 다시 인용해 본다. “내가 총대로 총회를 섬기는 이유는 예전 우리 선배들이 저지른 신사참배와 같은 불상사를 다시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다. 잘못된 그 결의로 많은 교회와 많은 교인이 신사 참배하여 하나님께 죄를 짓게 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어느 선배의 이 말이 이번 총회에서 시의적절하게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부디 총회를 이끄는 리더십들이 원칙을 세우는 총회, 그 원칙에 개인 그 누구도, 어느 개 교회도 예외 없이 모두가 따르는 성(聖) 총회의 거룩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Read Previous

韓 “김경수 복권, 공감 어렵지만 더 언급 안해” 野 “억울한 옥고 위안”

Read Next

타이완 총통, 미∙일 의원단 접견…대중국 억지력 위한 협력 강조

Don`t copy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