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당한 이웃 살피는 ‘두 교회 동역’ < 교단일반 < 교단 < 기사본문



사람들은 언덕 위로 끊임없이 올라왔다. 빗물이 온 사방에 무섭게 차오르는데 몸을 피할 곳이라곤 십자가 높이 솟은 예배당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날만큼은 운주동부교회(최금성 목사)가 신자 불신자를 막론하고 모든 생명에게 구원의 방주였다.


대둔산 아랫자락인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는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이틀 사이 15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10일 새벽에는 다들 공포를 느낄 만큼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최 목사는 피난민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주었다. 예배당을 비롯한 모든 공간이 잠자리가 되고 쉼터가 되었다. 운주동부교회는 집을 잃는 아픔과 황망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0년 전 화재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다 주변의 도움으로 복구한 경험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었을 때 확인한 교회 아랫마을 상황은 끔찍했다. 호우에다 제방까지 터져 마을로 쏟아져 들어온 물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가옥과 전답은 물론 자동차와 농기구까지 성한 게 하나도 없었다.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기적과 같았다.


그렇게 한숨으로 시작한 복구 작업은 아직까지 큰 진척이 없다. 군장병과 소방대원들까지 동원되어 열심히 치워내고 있지만, 온통 진흙 밭이 되어버린 탓에 속도가 더뎌지는 것이다.


그래서 피난민들은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교회 신세를 진다. 재난 발생 후 첫 주일을 그렇게 어수선한 환경에서 맞이했지만, 다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하고 예배를 진행했다.


최금성 목사는 “교우들 중에서도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아홉 가정이나 됩니다. 내 일, 네 일을 따질 틈이 없으니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합니다. 당장은 임시수용소로서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이 중요하니까요”라고 말한다.


피난민들의 끼니는 여러 자원봉사자단체에서 돕고 있으나, 숙식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옷가지 하나 건지지 못한 채 부랴부랴 피신해온 사람들을 위해 최 목사는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고, 여기에 선한 마음으로 응답한 이들로부터 구호품이 답지하는 중이다.


특히 7월 13일에는 경기도에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천은광교회(김상기 목사)에서 보내온 다량의 구호품이 전달된 것이다.


수해 발생으로 긴급히 운주동부교회로 피난한 이재민들을 위해 이천은광교회에서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수해 발생으로 긴급히 운주동부교회로 피난한 이재민들을 위해 이천은광교회에서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운주면의 소식을 접한 직후 이천은광교회는 이틀 간 쌀 라면 빵 떡 갈비탕 등 여러 먹을거리들과, 수건 속옷 양말 등 각종 생필품들을 수집했다. 이들 물품을 가지고 먼 길을 달려온 정대훈 목사와 다섯 성도들은 현장을 둘러보고, 이재민들을 위로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천은광교회 성도들은 “직접 피해 상황을 목격하니 더욱 재난이 실감나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우리의 정성이 이재민들은 물론이고, 최선을 다해 이웃들을 섬기는 운주동부교회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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