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는 대구경북 일대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규모와 저력을 자랑하는 교회다. 교세를 유지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듯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사실상 다른 교회로부터 수평이동을 방지하는 배수진을 친 채, 철저히 불신자 전도에 힘을 기울인다.

그 핵심에는 ‘행복한 사람들의 축제’ 줄여서 ‘행축’이라고 부르는 전도사역이 있다. 이 사역을 중심으로 연간 목회계획이 수립되고, 차근차근 과정들을 쌓아 올려 절정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행축을 구상하며 경산중앙교회가 또 다른 파격을 감행했다. ‘다음세대 민족의 희망, 열방의 소망’이라는 표어를 걸고, 철저하게 어린이와 청소년에 초점을 맞춘 전도사역을 온 교회가 연중 전개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모두가 다음세대를 이야기하고 관심 또한 높지만 구체적으로 해법을 찾아 실천하는 사례들은 많지 않습니다. 저희 역사 코로나19 이후 주일학교 사역이 전례 없이 위축되는 분위기를 느끼며, 이를 전환할 방법을 고심하다가 아예 ‘행축’ 타깃을 다음세대로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김종원 목사의 설명처럼 일단 방향은 정해졌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었다. 준비단계에서부터 ‘과연 기성세대들이, 특히 고령의 성도들이 다음세대 태신자를 작정하고 또 전도하는 일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계속해서 추진팀의 전략회의를 통해 가능성을 높여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사실 가능성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경산중앙교회에서는 ‘다음세대를 위해서 내가 익숙해하고 편안해하는 문화를 양보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장년 성도들 사이에 캠페인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덕분에 찬양시간에 빠른 속도의 리듬과 영어가 섞여있는 가사들, 심지어 랩과 같은 요소들이 들어가는 것 때문에 처음에 어색해하던 성도들도 점점 자녀세대, 손주세대의 문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해나갔다. 다음세대가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환경을 그렇게 구축하기 시작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찬양대라는 뜻을 지닌 ‘아아찬양대’를 구성해 특별새벽기도회 순서를 맡긴 것도 대성공이었다. 이 독특한 찬양대에 아버지와 자녀들, 심지어 할아버지까지 3대가 함께 참여해 오순도순 입을 맞추며 색다른 화음과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250명의 아아찬양대의 어여쁜 합창이 특새 마지막 날 집회를 깊은 감동으로 이끌었다.

시나브로 ‘세대통합’은 경산중앙교회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고, 그 결과 무려 1만5000명에 이르는 다음세대 태신자들이 작정될 수 있었다. 소중한 태신자의 이름들은 담임목사를 비롯한 온 교우들의 성경책 표지에, 그리고 본당 장의자에 부착해 최우선 기도제목으로 삼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행축을 준비하며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테마를 정하는 일이었다. 논의 끝에 모든 세대가 흥미와 교훈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천로역정’을 선정했다.

3월부터 천로역정에서 따온 개념들 중심으로 12주 동안 장년예배를 비롯한 모든 주일학교 부서에서 동일한 메시지를 선포하기 시작했다. 각 부서별로 천로역정의 스토리를 담은 그림자극 뮤직비디오 창작뮤지컬 등이 준비돼 상연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끓어올랐다. 김종원 목사가 ‘천로역정’의 저자인 존 번연의 고향 영국까지 찾아가 담아온 실감나는 영상도 큰 몫을 했다.

가족 간에 같은 신앙적 주제로 대화하고 교감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가동했고, 열매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어린 자녀들이 천로역정에 등장하는 문장을 그대로 빌려 ‘절망의 늪에서 헤매는 우리 아빠’ 같은 표현을 가정에서 사용한다는 보고가 널리 알려지며 온 교우들이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4월 7일에 열린 진군식과 어울림마당은 여기에 폭발력을 더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경산중앙교회는 예배당 곳곳을 마치 천로역정의 주요 장면들처럼 꾸며, 어린 세대들이 가족 혹은 친구들과 마음껏 즐기며 영적 진리들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어울림마당은 다음세대 태신자들이 교회를 찾아오는 첫 번째 계기이기도 했다. 교회가 재미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경산중앙교회가 해마다 어린이날에 개최하는 ‘오오 해피키즈’ 행사에도 대거 몰려왔다. 놀이기구와 먹을거리를 잔뜩 준비한 이 행사에 무려 7000여 명의 아이들이 다녀가면서, 한 달 뒤로 다가온 행축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5월 13일부터 17일까지 정명호 목사(혜성교회)와 김승욱 목사(할렐루야교회)를 강사로 다음세대 특별새벽기도회를 개최하며 최종 영적 정비작업을 마친 경산중앙교회는 이제 6월 2일 행축 본 행사를 앞두게 됐다. 당일에는 복화술 전문가인 안재우 소장, 인기 강사 전한길, 아이돌가수 출신 송지은 등 다음세대와 탁월한 교감력을 지닌 강사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 사이에도 매주 퀴즈 챌린지, 포토존 운영, 가족 골든벨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성도들은 천로역정의 주인공이자 바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크리스천’의 삶, 나아가 전도자의 삶을 온전히 배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