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익 목사.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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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 목사가 4년간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직을 마치고 오는 5월 24일 퇴임한다. 신촌성결교회에서 성공적으로 목회하면서 교단 총회장과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CBS 재단이사장을 지내는 등 교단을 넘어 한국 교계에서 굵직한 족적을 이어온 목회자가 현장 목회자들의 재교육을 위해 세워진 신학교육 기관의 총장에 부임하자 목회와 신학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를 모았었다.
본지는 퇴임을 앞둔 이정익 목사를 만나, 목회 현장과 신학교 교육 전반에 있어 한국교회 대표적 원로로서의 고견을 청취했다. 인터뷰는 두 편으로 나눠 게재될 예정이다.
20여 년 만에 입학 정원 채워
목회 분야 다방면으로 넓어져
초교파 신학교 장점 활용 필요
-먼저 총장직을 마치고 물러나는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참 힘들었습니다. 교단 신학교가 아닌 초교파 신학교여서 모집도 쉽지 않은데다, 규모도 크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사역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학교를 안정시켜 놓고 나오게 돼 감사하고 보람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지나고 나니 다 하나님 은혜입니다.
학교가 지원자도 늘어났고, 숫자가 많진 않지만 개교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원을 다 채웠습니다. 학교가 어렵다 보니 임기를 채우지 못한 총장들도 있었는데, 무사히 마치게 된 것도 감사드립니다. 기도하면서 목회하듯 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수급이 안 되니 등록금도 부족했고 외부에서 기부도 적었어요. 하지만 학생이 채워지니 기본 재정이 확보됐고, 학교가 안정되면서 기부자들이 늘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셔서 검소하게나마 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교역자들은 헌신하려 하지 않고, 교단 신대원들도 미달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데 고무적입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목회자들의 재교육을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각 교단 신학교에서 이미 공부하신 분들이 오기 때문에 지원자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초교파라는 특성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단점은 교단 지원이 약한 것이겠죠. 교단에서 집중적으로 오는 프리미엄이 없습니다. 장점은 학과를 신설하고 새롭게 만드는 데 제약이 없다는 점입니다. 교수들과 총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습니다.
목회 분야가 다방면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실천신학뿐 아니라 현장에서는 여러 배움이 필요해요. 이를테면 사회학을 가미한 목회나 사회적 안목을 넓혀주는 과목 등 필요에 따라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어 굉장히 큰 장점이죠. 그렇게 특별한 학교가 되고 있습니다.”
▲이정익 목사는 “신학생들을 모두 신학자로 기르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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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목회자들 흔들림 없이
목회하도록 힘과 배경 돼야
교수진, 목회 기반 가르쳐야
-목회자 출신으로 신학 교육 현장 경험 후, 한국신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신학은 목회를 뒷받침하고, 목회는 신학을 돈독히 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국 목회자들이 신학적 기초가 좀 짧아요. 신학교를 나온 뒤 목회하다 보면, 신앙 연구가 별로 깊지 않아요.그래서 신학이 목회자들을 뒷받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신학은 목회자들로 하여금 흔들림 없이 목회하는 데 큰 힘과 배경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따로 놀아요.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의 가르침이 학생들을 길러 현장에 내보내는 것에 얼마나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묻고 싶어요.
신학생들을 모두 신학자로 기르려 해선 안 됩니다. 신학생이 100명이라면, 똑똑한 10명 정도는 계속 신학을 공부하겠지만 나머지는 나가서 목회를 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될 이들에게는 목회에 기반한 신학을 가르쳐야 하는데, 신학자를 양육하는 수준으로 신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러면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왔을 때, 신학자도 목회자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됩니다. 신학을 계속할 10%를 위한 교육이 전체 학생들에게 이뤄진다면 잘못된 거죠. 신학교가 새롭게 정립해야 할 부분입니다.
처음부터 그 둘을 따로 가르치는 부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죠.잘하는 10%에게 전체를 맞추면, 나머지는 다 탈락하고 불행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나머지 90%가 희생하는 구조입니다. 목회자로서 신학교 총장을 하다 보니 더 절실해서, 이 부분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교수들에게는 자꾸 전공만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학생들이 여기 왜 왔는지를 이해하라고 자주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힘을 주고 갱신시키고 흐려진 초점을 새롭게 갖게 해서, 다시 목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죠. 학생들이 왜 왔는지도 모르고 하던 대로 가르친다면, 그들이 졸업할 때까지 공부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코로나 전후, 달라질 것 없어
교회가 전도 포기해선 안 돼
프로그램 대신 영성 채워줘야
은퇴 후 여러 모습 돌아보게 돼
-코로나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신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면 좋을까요.
“제가 볼 때, 목회는 단순해요. 코로나 전과 후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했던 목회를 다 버리고 새롭게 하려 할 필요도 없고요. 변한 건 없습니다. 방법론이 약간 바뀐 것뿐이에요. 현장 예배를 드리다 인터넷이나 줌으로 드리는 등 방법이 좀 달라진 것뿐이지, 메시지도 그대로이고 목회의 패턴도 같아요.
코로나 전과 후를 구분해서, 전에는 이렇게 했지만 이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회 현장을 벗어나서 바라보니,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요즘 교회들마다 목회자들이 ‘전도’를 포기해 버린 점입니다. 요즘에는 전도하면 사람들이 싫어하고, 전도하는 시대가 아니고, 전도해도 먹히지 않는다면서, 전도를 포기해 버렸어요. 이게 우리에게 가장 큰 데미지입니다. 전도는 예수님 시대부터 지금까지, 아마 미래에도 계속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요즘 전도가 안 된다면, 그것은 상업화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목회자들이 전도하는 목적이 ‘자리 채우기’로 전락한 거예요. 사람을 채워야 부흥하고, 그래야 빚도 갚고, 교회도 짓고, 다른 교회보다 커져야 부흥하고 내가 성공자가 되니까요. 전도가 상업화·수단화되니, 성도들이 전도하라고 해도 안 하죠. 목적이 뻔해 보이잖아요.
전도는 사람 채우기 위한 게 아닌데, 전도해서 다 우리 교회로 오라고 하는 게 문제입니다. 전도의 원래 목적대로 하면 회심도 하는데, 지금은 연예인 데려와서 하거나 프로그램에 의해 반짝 하다 보니 행사가 끝나면 더 줄어요. 전도가 타락한 것입니다.
원래 목적대로 전도하면 전도자가 영적으로 살고, 내가 영적으로 살아야 교회도 부흥하죠. 이것이 목회자다운 것이고, 코로나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정익 목사는 “전에는 목회에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가미했다면, 이제는 순수함과 회심, 영성 같은 본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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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변화해야 할 것은 없나요.
“의식이 바뀌어야죠. 코로나 전에는 우리 메시지가 사람들을 회심시키고 성장시키고 영적인 면을 채워주는 데 부족했다면, 이제 그걸 채워줘야죠. 이런 목회적 전환이 시급합니다. 코로나 전에는 목회에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가미했다면, 이제 순수함과 회심, 영성 같은 본질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최고의 회복이라고 봅니다.
이것도 은퇴하고 나서 알게 됐어요. 목회 동안 제 설교가 인간적이지 않았는지, 목회도 방법론에 치우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설교하면서 영상을 띄우고 하면 설교의 본질이 자꾸 흐려져요. 그러니 본질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정설이 아닌가 싶어요.”
-다시 목회하신다면 무엇을 보완하고 싶으신가요.
“전도를 강조하고 싶어요. 사실 담임목사가 전도하라고 설교한다 해서, 전도하지 않아요. 목사가 교육시켜서 직접 데리고 나가야 합니다. 목사가 시범을 보이면, 그때 성도들도 따라옵니다.
하지만 전도가 잘 되지 않아요. 100명 중 한 명 정도 반응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걸 왜 하냐는데, 전도의 목적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100명을 전도했는데 1명이라도 회심했다면, 100명을 만나느라 수고한 건 다 잊어버립니다. 한 명을 얻었을 때, 전도자도 영적 성숙이 일어납니다. 영혼 구원의 목적도 있지만, 전도대원들을 영적으로 살리기 위해 전도시키는 거예요. 이 순서를 바꿔선 안 됩니다. 전도대원들을 살리기 위해 전도하는 것입니다.
설교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에게 듣기 좋고 재미있는 것보다, 근본적인 내용을 전하고 싶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회심에 이룰 수 있는 설교 말입니다. 목회할 적에는 교회 부흥을 시켜야 하니 즐겁고 재미있게 해주느라 거기서 많이 이탈했어요. 성도들의 그런 허전함을 채우느라 자꾸 프로그램이 가미되는 거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