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광역 지자체 두 곳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다. 그동안 조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를 외쳐온 보수교계는 이 같은 결정을 반겼지만, 대안 마련 등 미비한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4월 26일 제323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을 가결했다. 제정 12년 만이다. 해당 안건은 재석 의원 6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된 가운데, 재석 의원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상정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즉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안건 처리를 주도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 112석 중 76석을 차지하고 있어 재의안 가결 요건인 출석 의원 중 3분의 2 이상 찬성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4일에는 역시 재의결 과정을 거친 끝에 충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광역시·도 중 처음으로 조례를 폐지한 바 있다. 결정에 유감을 표한 충남교육청은 현재 대법원 제소를 검토 중이다.
본회의가 열린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집회’를 연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과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 등 보수교계 시민단체들은 폐지안이 통과되자 곧장 환영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과도한 권리 보장으로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고, 학생들도 휴식을 누릴 권리를 보장받다 보니 기초학력이 저하되는 등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조례였다”라며 지금이라도 폐지돼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교계는 그동안 학생인권조례에 담긴 ‘학생은 성별, 종교, 인종,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이 동성애를 옹호 및 조장한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폐지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기에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침해’ 이슈가 사회적으로 불거지면서 학생인권조례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폐지·개정 논의가 확대됐다.
다만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교권 향상으로 연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는 만큼,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이번 폐지로 교계가 우려한 독소조항 외에 학생인권조례가 보장해 온 학생들의 보편적 권리마저 침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 현승호 공동대표는 “학생인권조례에 일부 기독 단체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고치는 게 맞다”라면서도 정치권이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인 개념으로 설정하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를 이어온 데 대해선 불만을 표했다. 현 대표는 “서이초 사건 이후 많은 교원단체가 주장하는 것은 아동학대 처벌법이라든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프로세스의 변화였다. 이것을 교권과 연결해 ‘교사들을 위해서 없앴다’라고 하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꼬집으며, 이번 일로 괜히 학생 및 학부모와 교사 사이를 긴장시키는 분란의 요소를 제공할 경우, 오히려 교권 위협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하는 교육 공동체로서의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