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장신대학교(총장:배성찬) 출신 중에는 김스붸틀라나(55세)라는 이름을 가진 러시아 출신 교포 3세가 있다.

하바로브스크에서 태어난 김스붸틀라나씨는 러시아 국립 노보시비르스크 음대를 수석 졸업한 피아니스트이다. 1990년대 초반 러시아 필하모닉공연단과 함께 내한해, 서울 대구 등지의 대형교회를 순회하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내한 일정 중 전주에서 우연히 만난 이종안 목사에게 김씨는 한국에서 공부하며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이 목사는 다시 그 사연을 당시 한일장신대 김용복 총장에게 전했다. 마침 한일장신대에는 아시아의 목회자와 선교사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기관인 아시아선교센터가 설립돼있었고, 김씨는 이 과정에 입학허가를 받아 1993년부터 2년간 수학했다.

이를 계기로 김씨는 한국에 정착하며 “할머니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루게 됐다. 김씨는 한국에서도 연주활동을 계속 이어가며 국회 송년음악회와 러시아 대통령 방한 환영독주회 등 여러 굵직한 공연들에 출연하는가 하면, 여러 한국인 제자들을 길러내 국제콩쿠르에서 입상시키기도 했다.

현재 김씨는 러시아에서 모셔온 부모와 함께 충남 아산에서 거주하며, 서울 수정교회에서 매주 피아노 및 오르간 반주자로 섬기는 한편으로 러시아어 통역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길을 열어준 한일장신대는 김씨에게 또 하나의 모교인 동시에 늘 고마운 존재였다. 그래서 한일장신대를 위해 찬송가 전체를 연주 녹음한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 음반은 아마존을 통해 전 세계에 판매 중이다.

어느덧 김씨가 한일장신대에서 수학한 지도 30년이 흘렀다. 처음 그녀를 한일장신대와 연결시켜준 이종안 목사는 고인이 되었으나, 이 목사의 딸인 이은희 교수(전북대 음악과)와 김씨는 계속 교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월 30일 김씨는 이 교수를 통해 한일장신대에 후원금을 기부했다.

최근 다리를 다쳐 거동이 어려운 김씨는 이 교수 편에 “한일장신대는 저와 가족들을 할머니 나라에서 정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동안 영적 가족인 한일장신대에 감사함과 미안함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후원금을 전달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는 인사와 함께 건강이 회복되는 데로 학교에 직접 찾아오겠다는 뜻을 전했다.

배성찬 총장은 “학교를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귀한 후원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후원금은 하나님의 일꾼을 양성하는 데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30년 전에 베푼 사랑은 이렇게 또 다른 사랑으로 돌아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