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부에서 발생한 황사가 유입되며 올 들어 ‘최악의 황사’가 29일 한반도를 덮쳤다.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는 30일에도 전국적으로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상돼 주말 봄나들이에 지장을 줄 전망이다.
29일 환경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당 151㎍ 이상) 기준의 3.5배인 536㎍까지 치솟았다. 인천은 698㎍, 경기는 619㎍, 강원은 663㎍ 등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내몽골 고원 부근에서 발생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남동진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날 오전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충남 대전 충북 지역에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주의는 황사로 인해 시간당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당 300㎍ 이상인 상태가 2시간 동안 이어질 경우 발령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농도가 30일에도 전국적으로 ‘나쁨’(㎥당 81∼150㎍)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中사막화 확산… ‘최악 황사’ 또 온다
오늘까지 전국 미세먼지 ‘나쁨’
내몽골 고원-고비사막 등 발원지
고온-건조 탓 황사 발생 좋은 조건
전문가 “국내 발생 더 잦아질 듯”
“주말에 봄꽃을 보러 가려 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포기해야 할 거 같아요.”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27)는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을 쉬며 “황사까지 있으니 주말에도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8일 중국에서 유입된 올해 ‘최악의 황사’가 30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올해 황사가 예년보다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누런 하늘에 마스크 쓴 시민들
29일 서울 시내 주요 거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처럼 마스크를 쓴 시민이 많았다. 박모 씨(28)는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구입했던 마스크를 찾아 쓰고 왔다”며 “황사비에 미세먼지까지 겹쳤다는 소식을 들고 머리가 지끈거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날 오전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충청 지역에 황사 위기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각 가정에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단계다. 환경부 관계자는 “주의 단계에서 외출할 경우 보호 안경이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손과 발을 깨끗이 씻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선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고, 학교에 따라 수업 단축이나 휴교도 가능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미세먼지(PM10) 농도가 한때 ㎥당 536μg까지 치솟으며 오전 내내 누런 하늘을 보였다. 스위스 민간업체 IQ에어에 따르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날 오전 한때 전 세계 100개 도시 중 최악이었다. 또 서울과 경기 남부 내륙, 강원 동해안, 전남 북부 등에선 황사가 섞인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황사비’에는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녹아 있어 빗물을 맞으면 피부 등에 해롭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가 내리며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중국 쪽에서 계속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영향이 30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미세먼지 농도는 30일에도 전국적으로 ‘나쁨’(㎥당 81∼150μg)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올해 황사 예년보다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올봄 황사가 다소 늦게 찾아왔지만 예년에 비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월 황사 관측일수가 4일이었고 3, 4월에는 각각 6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달 17일 처음 황사가 발생한 뒤 28일 두 번째로 관측됐다.
현재 황사의 발원지인 내몽골 고원과 고비 사막 등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이 매우 적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황사 발원지 부근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끌어올린 모래먼지가 이번처럼 북서풍을 타면 한반도로 유입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황사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4월∼5월 초 황사 발생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중장기적으로 황사가 잦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최근 지구온난화 때문에 중국 고원 지역에서 사막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황사 발원지가 늘어난다는 뜻”이라며 “기온 상승과 사막화 때문에 갈수록 황사 발생이 빈번해지고 우리나라도 더 자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3∼5월 황사 관측일수가 15일로 봄철 평균(5.4일)의 3배에 가까웠는데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