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실업급여로 대신하자” 사업주·직원 공모해 3200만원 고용보험 부정수급|동아일보


충남의 한 제조업체 사장 A 씨는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 대신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두 직원이 이 말에 넘어가 실제로는 일하면서 고용센터에 “권고사직을 당했다”며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이들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필요한 재취업활동에 필요한 서류는 회사 경리과장이 만들어줬다. 둘은 9개월 동안 3200만 원을 받았다가 지난해 고용부 조사에서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12월 위장 고용, 허위 휴직 등을 이용한 고용보험 부정수급 사례를 조사해 218명의 부정수급자를 적발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들이 부정하게 챙긴 금액은 23억7000만 원에 달한다. 1인당 1090만 원 꼴이다.

●사촌동생, 누나 활용해 급여 부정수급

이번 조사는 고용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수급자 중 의심 사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업급여 조사에선 사업자주와 근로자를 합쳐 132명이 적발됐는데 이들이 부정하게 받은 돈은 12억1000만 원 가량이었다. 사업주와 직원이 짜고 거짓으로 신청하거나, 실제 일하지 않은 ‘유령 직원’이 실업급여를 받은 사례 등이었다.

전북에선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어머니의 요청으로 실제로 일하지 않은 회사에서 16개월간 일한 것처럼 명의를 대여해 준 자녀가 적발됐다. 명의 대여로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생기자 이를 이용해 급여 17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는 쉬지 않고서 허위로 신청해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사례도 82명 적발됐다. 이들이 받아 챙긴 육아휴직급여는 약 9억7000만 원이다. 경북의 한 업체 사장은 사촌 동생을 ‘가짜 직원’으로 등록한 뒤 허위 육아휴직확인서를 제출해 24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사촌동생의 대체 인력으로 자신의 누나를 위장 고용한 뒤 인건비 보조금 1100만 원도 받았다.
중소기업이 한 달 이상 실업 중인 사람을 신규채용할 때 주는 특별고용촉진장려금을 받기 위해 이미 일하고 있는 직원을 새로 채용한 것처럼 꾸민 업체 4곳 있었다. 고용부는 “이들 업체가 부정하게 수급한 돈은 총 1억9000만 원이었다”고 했다.

●44억 반환 명령, 203명 검찰 송치

고용부는 적발된 이들에게 추가징수액을 포함해 44억1000만 원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또 사업주와 직원이 공모하는 등 범죄행위가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203명에 대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 등을 수급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는 앞으로도 사업주와 직원의 공모나 브로커가 개입한 조직적 부정수급 사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실업급여 수급기간과 해외 체류기간이 겹치는 등의 사례에 대해 연 2회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고용보험 제도를 악용해 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건 중대 범죄인 만큼 앞으로도 반드시 적발한다는 의지를 갖고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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