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주도하는 출산·돌봄운동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는 당진동일교회 이수훈 목사. 이 목사는 지난 10일 한덕수 국무총리 및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2시간 가량 단독 면담했고, 이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뒷이야기를 전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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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학생들을 돌보는 ‘늘봄학교’가 저출산 대책이라구요?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빨리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 것이 소원이고 교사들은 이미 과부하 상태이기에, ‘늘봄학교’는 모두에게 부담일 뿐입니다. 제가 목사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교회야말로 시설과 인력이 충분하고 교육과 사회성 함양 모두 가능해, 돌봄을 위한 최적의 장소입니다.”
그간 한국교회에 출산돌봄운동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해 온 당진동일교회 이수훈 목사가, 지난 10일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 기도회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및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도회 직후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총리 등은 처음엔 국가 차원에서 ‘종교시설’인 ‘교회’에 돌봄운동을 위한 지원을 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보였으나, 이 목사의 진정성 있는 호소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공 사례 제시에 예정된 시간을 한참 넘겨 무려 2시간 가까이 경청한 끝에 “그 내용들을 문서로 정리해 보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 돌봄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취지로 ‘늘봄학교’를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에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지만, 교사의 업무 가중과 예산 확보, 지속적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 학교가 아닌 새로운 시설들을 확보하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할 뿐 아니라 현실성도 떨어진다.
저출산·고령화를 넘어 ‘인구소멸’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수훈 목사는 그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목회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7년 전 교인 1명의 비닐하우스교회 시절부터 다음세대 돌봄사역에 나섰고, 농촌교회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은 출석교인 5천 명 규모로 성장시켰다. 이 교회는 매일 오후 마당에 500명의 아이들이 뛰어 놀고, 그 수가 당진 시내 전체 초등학생 중 무려 약 13%에 달하며, 교인 평균연령이 29세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활력과 생동감이 넘친다.
이 목사는 한 총리 등에게 “25년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고 했다. 교회는 이미 시설도, 정성스럽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인적 자원도 갖췄기에 보편적 수준 이상의 교육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6년간 형·동생과 함께 어울려 본 아이들은 사회성이 향상되고 부모와의 관계도 좋을 수밖에 없다.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자연스레 출산율 증가로 이어진다.
이 목사는 “목사여서가 아니라, 교회만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렸다”며 “교회가 저출산 문제를 풀어갈 선봉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13일 당진동일교회에서 진행된 크리스천투데이와 이 목사의 인터뷰 일문일답.
일선 교장들, “우리에게 짐 더 떠넘기지 말라” 토로
-한 총리, 그리고 김 부위원장과 어떠한 대화를 나눴나.
“당시 기도회에 한 총리와 김 부위원장이 참여했고, 이후 2시간 동안 그들과 단독으로 대화했다. 많이 소통했고, 현장의 이야기도 들을 기회가 됐다. 실효적인 대안을 많이 제시했고, 총리 등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제 의견의 핵심은 ‘퍼포먼스는 그만하고 실제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돌봄시설이) 교회여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1995년도 쯤부터 어린이집이 급격히 늘어 4만여 개(2017년) 가까이 됐다. 어릴 때부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구조가 됐지만, 그럼에도 출산율은 형편없이 내려앉았다. 이후 8천여 개의 어린이집은 소멸했다. 국가 정책이 아이들을 살려내지 못했고, 부모들은 결혼과 출산의 버거운 삶을 감당하기에 어려웠다.
그런데 정부는 대안으로 ‘학교’를 이야기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늘봄학교’를 선언했고, 어마어마한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당진의 33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시청에서 이에 대해 토론한 결과, 모두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짐을 더 떠넘기지 말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말하면 잘 듣던 예전의 초등학생들이 아니다. 꾸짖지도, 내버려 두지도 못하는 선생님들은 거의 패닉에 빠져 있는데, 그들에게 방과 후 돌봄까지 맡으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업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아이들을 학교에 더 앉혀 놓는 것도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설학원에 돌리고, 경제적 부담과 피곤함은 쌓여간다.
▲이수훈 목사(왼쪽)가 지난 10일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 기도회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 및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2시간 가량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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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께 우리 교회가 25년 가까이 해 왔던 이야기를 들려 드렸다. 교회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저는 비닐하우스에서 목회하던 시절에도 아이 엄마가 시장이나 병원에 갈 때 아이를 맡아 줬다. 아이를 데려오면 3시간은 돌보며 엄마는 쉬게 해 줬다. 엄마들은 눈물을 글썽인다. 독박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3시간의 자유는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교회만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렸다.”
4년 이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답 없어
25명 돌볼 시설 세우려면 수십억 필요
-교회만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첫째로, 교회는 유휴시설이 있다. 만약 다른 기관에서 25명의 아이를 돌보는 건물을 지으려면 수억에서 수십억을 들여야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문제는 앞으로 4년 이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어느 세월에 그렇게 투자하나. 짧은 시간에 도움을 주려면 교회가 가장 합당하다. 물론 천주교도 불교도 괜찮다. 시설과 인력이 있으면 된다. 그런데 약 25년간의 경험상, 교회는 안정적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많은 교인들이 있다.
목사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교회에서는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니 엄마들의 만족도가 높다. 자연스레 둘째 출산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든다. 저녁식사까지 제공할 수 있으니, 늦게 퇴근해도 마음이 편하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저녁까지 학원을 다닌다면 어떻게 견디겠는가. 이미 지쳐 잠든 아이를 내버려 두지도, 깨워서 밥을 먹이지도 못하는 엄마는 미안함만 쌓이고, 둘째를 낳는 건 불가능해진다.
둘째로,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수준이 보장된 교육이다. 한국은 경쟁 사회이기에 아이들을 계속 학원으로 돌리고, 아이와 부모 모두 지쳐간다. (수준 높은)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모들이 마음을 놓지 못한다. 저는 그동안 아이들을 돌보면서 이 부분도 신경 썼다. 국영수를 적어도 보편적인 수준 이상으로, 특히 초등학교 6년 동안 매일 영어를 2시간 교육하는 구조도 갖췄다.
셋째로, 아이들이 형·동생들과 노는 법을 배우면서 사회성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현대 가정은 엄마 아빠 모두 바쁘기 때문에 혼자 크는 아이들이 많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물론, 형·동생들과 노는 법은 더욱 모르고, 사회 적응력은 약해진다. 이곳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나이를 떠나 서로 어울리게 한다. 그러면 사회성이 좋은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고, 부모와의 관계도 좋아진다.
이렇게 효과적인 사역이 준비된 기관은 교회밖에 없고, 전국의 교회가 이 운동에 같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특히 총리께서 ‘정부가 연구한 것보다 대안이 훨씬 많다’면서 깜짝 놀라셨다. ‘그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하셔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답했다. 총리께서 오늘 아침 여러 회의에서도 계속 이 이야기를 강조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이수훈 목사는 “건강한 사회 구조를 교회에서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은 최상의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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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출산 시 재정 지원을 대폭 늘리려 하는데.
“출산율이 낮은 원인은 부모의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재정 지원을 강조하지만, 어느 세대가 돈 때문에 아이를 낳았나. 1천만 원? 1억?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건강한 출산 정책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해서 낳아야 사회가 건강하게 회복된다. 25년간 해왔던 노하우를 세밀하게 제공할 생각이다. 이젠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는가. 교회가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는 선봉장이 될 기회다.”
큰 교회만 가능? 비닐하우스서도 했다!
-출산돌봄사역은 시설을 잘 갖춘 큰 교회에서만 가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 않다. 저는 교회 건물이 없을 때 비닐하우스에서도 했다. 한 명, 두 명으로 시작해 열 명의 아이가 됐는데, 저와 제 아내가 아이들을 먹이고 가르쳤다. 좋은 교재가 많기에, 초등학생의 공부는 충분히 지도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칭찬과 사랑, 응원이다. 그것이 충족되면 성적도 빠르게 올라간다. 재미있게 사역하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자리잡힌 것이다. 안 된다는 생각을 내려 놓고 한 아이부터 시작하면, 출산 문제는 분명히 해결된다.”
-많은 교회에 멘토링을 해 주셨는데, 실제 작은 교회에서의 성공 사례도 많은가.
“얼마 전 울주군에 계신 목사님 한 분을 만났는데, ‘교회에 어린이가 생겼다’며 흥분하셨다. 경주의 한 목사님도 ‘주일학교가 회복되는 중’이라고 하셨다. ‘해 보니 된다’, ‘평일에 학교 앞으로 차를 보내니 아이들이 온다’고 하더라. 춘천의 많은 교회들에서도 이 운동이 시작됐다. 도·농촌을 떠나 자동차와 시설이 있으면 다 해낼 수 있다. ‘한 아이부터 해 보자’고 적극 권면해 드리고 싶다. 영어나 수학 등은 정말 좋은 교재가 많아 우리가 능통하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만 줘도 아이들은 해낸다.
과거 대가족 시대에는 인격과 효심, 사회성이 자연스레 길러져 갈등과 사회 문제가 별로 없었다. 지금 사회는 그 반대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소통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교회 공동체는 얼마나 복되나. 형·동생, 목사님 서로 간 벽이 없고 나이를 초월해 어울리니, 대가족 시스템이 바로 교회에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설교를 마치고 내려가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 하나가 저를 불러세우더니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며 ‘목사님, 당 떨어지신 것 같으니 먹고 가세요’라 하더라. 또 다른 아이는 제게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엄마 뱃속에 넷째 동생이 생겼다’고 자랑하더라. 건강한 사회 구조를 교회에서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은 최상의 축복이다. 목사님, 사모님, 장로님, 성도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격의 없이 안아 주고 사랑해 주면 저출산은 해결될 것이다. 국가와 교회가 힘을 합쳐 풀어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