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교세 하락을 피부로 경험했던 교회는 교회다움 회복에 힘쓴다면 교세 감소도 원상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화답해 2023년 신학계는 코로나엔데믹 시대를 맞아 교회 본질 회복을 강조했다. 한 해 동안 신학계가 주목한 과제를 돌아보고 향후 교회의 이슈가 될 주제를 예상해 본다. <편집자 주>
복음주의계열의 최대학회인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봄 정기학술대회 주제를 ‘복음전도의 타당성에 대한 윤리적 성찰’로 삼았다. 신학자들은 교회의 교세 축소 원인을 진단하고 회복 방안을 제시하므로 위축된 교회를 격려하고자 했다.
주제 강연을 한 김선일 교수(웨신대)는 상황은 부정적이지만 복음전도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교회를 향한 부정적 이미지, 전도에 대한 반감, 성도들의 소극적 태도 등으로 인해 전도를 하기 어려운 때”라면서 “복음전도를 계속하기 위해 먼저 전도의 타당성에 대해 성찰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개종은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독교의 메시지는 인간에게 진정으로 중요하고 본질적인 지식이며 인간의 번영을 가져다주는 활동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 실제 사례를 소개한 최성은 목사(지구촌교회)는 “교회가 전도를 사명으로 삼고 교회의 실정에 맞게 전도체계를 갖추라”면서 “전도인을 양성하고 소그룹 등을 활용해 전도활동을 힘쓴다면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였다. 주제 강연을 한 송태근 목사(삼일교회)는 교회는 3가지 태도를 보이므로 교회의 다름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첫째 교회의 태도는 ‘은혜’라고 주장했다. 은혜로 교회가 설립했고 성도가 교회가 됐기에 교회 내의 생활 속에서 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높이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교회의 방향은 ‘선교’라고 정의했다. 교회는 복음전도 차원에서 구원의 메시지를 말씀과 세상을 밝히는 일에 동참하므로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떡과 복음을 함께 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교회의 태도는 ‘십자가’라고 보았다. 십자가는 겸손의 상징으로 늘 낮은 데 처한 이들에게 마음을 두고 겸손의 태도로 섬김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복음주의신학회가 두 차례 연례학회에서 주장한 바는 코로나엔데믹 기간으로 접어들면서 교회가 온전한 회복을 꿈꾸려면 단순히 교세 확장 이상의 영역을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코로나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중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교세가 70% 가량 회복됐다는 통계가 잇따랐는데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 수많은 미래자립교회들이 교세 감소를 견디다 못해 문을 닫았다. 또 코로나팬데믹 기간 동안 교회를 떠난 이들과 교회 중심 생활에서 벗어난 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 교회는 세상과 다름을 추구하여 세상이 줄 수 없는 것을 주는 곳이라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학계는 사회 문제에도 주목했다. 저출산, AI 동성애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31주년 세미나에서 황선우 교수(총신대)는 ‘구약의 동성애 본문 연구’를 주제로 퀴어신학자들이 동성애 용인의 근거로 삼는 성경구절들을 분석하며 이들의 주장이 근거가 약함을 비판했다. AI를 주제로 한 세미나도 많았는데 AI 시대를 걱정하기보다 이를 선용해서 목회에 도움을 얻자는 긍정론이 많았다. 이러한 태도는 코로나팬데믹 시대 예배와 소그룹 사역이 온라인의 도움으로 이뤄졌기에 새로운 기술문명을 교회가 받아들이는 데 대해 이미 관대해진 때문으로 보인다. 신학자들은 AI가 설교문을 그럴 듯하게 작성해줄 수 있는 현실이 다가왔지만 AI가 영성을 전달할 수는 없다면서 차제에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자라는 설교자의 정체성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다.
교단적으로는 신학정체성 선언, 자살자 장례 제안, 그리스도 순종 교리 등이 관심을 모았다. 제108회 총회는 신학부의 보고를 받아 총회신학정체성선언문과 해설을 채택했다. 신학정체성선언은 우리 교단이 믿는 바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우리의 신앙은 성경을 근거로 하지만 새로운 사회적 도전이 있을 때 그에 대한 입장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신학정체성 선언은 교단 최초로 동성애에 대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도덕규범에 반하는 행위”라고 명시했다. 심각한 이상기후와 환경 오염을 우려하며 교회가 창조세계를 잘 다스리고 보전할 권리와 의무를 지닌 청지기라고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신자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성화에 힘쓸 뿐만 아니라 고통받는 이웃들의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루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동안 논의를 피해왔던 극단적 죽음을 선택한 이에 대한 장례예식의 모범을 발표했다. 불행한 죽음이 있을 경우, 목회적 차원에서 유족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장례 문제에 적극 개입해 신속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례예식을 거행한다고 하더라도 극단적 죽음을 택한 이의 유가족을 위한 예배에서 교리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말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학적 결정을 내린 것은 늘어나는 극단적 선택자들의 장례를 외면하기만 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과 남은 자에 대한 긍휼 사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