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오는 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3국 정상회의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프랑스 순방 일정을 수행하고 25일 오후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 장관은 부산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준비를 하며 일본·중국과 3국 정상회의를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일중 정상회의는 2008년 시작한 이래 ‘일본→한국→중국’ 순으로 의장국을 맡아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 회의까지 총 8차례 열렸다. 그러나 2020년 이후 한일관계 악화 등의 영향으로 3국 정상회의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차기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그간 이르면 연내 또는 내년 초 개최를 두고 일본·중국 측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지난 9월 3국 외교당국의 부국장급 회의와 차관보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고위급 회의(SOM)가 서울에서 연이어 열렸다. 이를 통해 3국은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박 장관은 26일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갖는다.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는 지난 2019년 8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아울러 이번 회담은 최근 러시아·북한 간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심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개최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장관과 가미카와 외무상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한 목소리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간 북한 문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취해 온 상황이라, 이번에 왕 부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 장관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로 돌아오도록 할 수 있는 3국 협력의 방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포함해서 필요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같은 날 한일, 한중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도 각각 가질 예정이다.
박 장관은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결정을 중국 측에 설명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9·19 군사합의는 원래 취지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양측 간의 군사적인 신뢰 구축을 위해서 합의를 한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운영을 해보니까 북한이 여기에 대해서 위반을 많이 했고, 또 우리의 감시·정찰 능력이 많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러한 차원에서 이번에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한 것에 대해서 우리가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중국 측에도 잘 설명하고,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같이 중국과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