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글성경, 제목은 고린도전서인데 본문에는 ‘코린트’?



2. “읽기는 더 쉽게?” 그게 사실인가?

천년 세월 동안 우리말 속에 스며들어 우리 일상에 사용되는 한자어들을 어찌 단번에 일소하겠는가? 그게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국한문 혼용시대를 거쳤고, 그 과정을 통해 한글 전용이 뿌리를 내렸고, 한자어들도 우리의 일상과 삶에 녹아들었다.

근년에 쉽고 과학적인 한글에 매료돼 일본과 대만과 중국 젊은이들이 그들의 일상어를 한글로 표기하거나, 그들의 고유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한글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는 언어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시도가 실현된다면, 그들도 그들의 언어와 한문을 병기하는 혼용 시대를 거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제거해야 할 어휘는 이해하기 힘든 중국식 한자들이다. 예를 들어 온유, 권면, 긍휼, 신실, 명철, 총명, 망령된, 신령한, 긍휼, 패역, 강포, 훼방, 궤사, 경성, 외식, 호심경, 전신갑주 등 고학력자들도 이해하기 힘든 어휘들이다. 이 어휘들만 현대화해도 개역개정성경은 더욱 읽기 쉬워질 것이다.

네이버 국어사전과 한영사전에도 없는 디모데전서 2장 1절의 “도고((禱告: 중국어화합본/ 祝禱: 신천성서)”의 의미를 누구에게 묻겠는가? 도고의 의미인 중재[intercession(영), enteuxis(그)/mediator(영), mesites(그)]는 하늘 왕국과 세상을 연결하는 교량과 같은 어휘인데, 개역개정 성경 역시 ‘도고’와 함께 어휘의 일관성 없이 혼란스럽게 번역했다.

우리와 중국은 같은 한자를 조합해 의미를 갖는 어휘를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대담(大膽), 단련(鍛鍊), 암흑(暗黑), 선량(善良), 건강(健康)’으로 표현하고, 중국인들은 ‘담대(膽大), 연단(鍊鍛), 흑암(黑暗), 양선(良善), 강건(康健)’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판사(判事) 혹은 재판장이라고 하고, 중국인들은 심판관(審判官)으로 칭한다.

한국의 법학 및 법률용어와 동떨어진 ‘정죄(定罪)’라는 어휘도, 이해하기 쉬운 유죄판단/ 유죄판결(condemn)과 같은 우리 법률용어들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시대에나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는 이두어(吏讀語)도 발견된다. 개역개정 신구약에서 57회 검색되고, 공동번역 정경에서 10회 검색되는 ‘분깃’이라는 어휘는 “유산(遺產)을 각 상속인에게 분배함” 또는 ”그 몫”의 의미이다. 이는 한자 나눌 분(分) 자와 옷깃 금(衿) 자의 의미인 ‘깃’을 결합한 이두어이다.

영어 성경들은 성경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어휘들에 대해 각각 일관성을 유지한 것이 발견된다. 그래서 성경 읽는 이들의 어휘·의미를 공부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성경을 읽기 쉽게 번역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토지무르기, 속전, 속량, 구속, 대속(물)을 대표적 어휘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矜恤, 仁慈, 慈悲, 사랑, 慈愛(공동), 仁愛, 溫柔, 恩惠, 友情, 親切, 어질다(仁)와 같이 유사하나 얼마간 다른 의미를 가진 어휘들에 대해서도 최소수 어휘로 일관성을 유지해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간음, 통간, 음녀, 탕녀, 음행, 행음, 음란, 창기, 기생, 음탕, 욕정, 정욕, 소욕과 같은 어휘들도 소수 어휘로 66권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번역해 읽기 쉬운 성경을 추구할 수 있다.

성경 공부는 사실상 성경에 사용된 어휘들의 의미에 대한 공부이다. 어휘에 대한 공부와 말씀에 대한 묵상(QT)과 기도는 믿음의 성장과 깨달음을 얻는데 있어 필요불가결한 과정일 것이다.

한국교회 문제와 유사한 문제는 미국교회에 있어서도 존재한다. 그들도 성경을 읽는 이들의 문해력 측면에서 얼마간 우리 개역개정 성경이 처한 것과 유사한 입장에 있다.

많은 교역자들이 KJV가 13세 이상이 읽어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주장이 미국인 문해력의 현실과 다름도 많이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성실한 교역자들은 새신자에게 KJV와 함께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성경 한 권을 추가로 추천한다.

오늘날 한국교회 교역자들이 그러한 괴리를 메우기 위해 새번역이나 공동번역 교차참조(cross referencing)를 권고하거나 설교를 통해 원어의 의미를 해설해 주지만, 예배가 끝나면 그 히브리어 혹은 그리스어 원어와 의미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새한글성경의 ‘읽기는 더 쉽게’ 주장의 일부는 아마도 이해하기 힘든 본문 어휘에 괄호를 치고 설명을 덧붙인 것과 그들이 사용한 장황한 의역(paraphrase)과 부연 번역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번역자들은 본문에서 띄어쓰기 없이 ‘넘는명절(유월절), 초막명절(초막절), 해방의해(희년)’ 등으로 간단한 설명을 넣은 것과 ‘간통’을 놀아난다, 바람을 피운다, 잠자리한다 등으로, 간통녀를 바람을 피우는 여자로, 낯선 남자들을 받아들이는 여자로 의역한 것을 자랑할 만한 특징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넘는명절도 초막명절도 해방의해도 모두 부족한 설명이고, 간통이라는 어휘가 향후 수십 년간 문해력에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일 대한성서공회가 청소년들과 디지털 세대가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성경을 지향한다면, 컴퓨터(한글 소프트웨어)나 아마존, 태블릿 혹은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에 커서를 대고 드래그하거나,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영영사전이나 위키가 화면에 나와서 사전적 의미를 제공한다거나, 본문의 유월절이나 초막절에 커서를 대고 드래그 또는 터치할 때 성경 어휘사전의 해당 어휘 의미가 화면에 뜬다면, 얼마간 발전일 수 있을 것이다.

성경 지명을 터치하면 지도가 나와서 위치를 알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이 모두 현재 유용한 기술이고 오늘의 젊은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기술이다. 그게 오늘의 젊은이들과 미래 세대가 필요로하는 바일 것이다.

새한글성경은 공동번역과 같이 책 이름을 출애굽기로 하고도, 본문에서는 나라 이름을 이집트로 번역했다. 그런데 새한글성경은 책 이름을 개역개정성경 음역을 따르고도, 본문에서는 다른 음역(音譯)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책 이름은 고린도전서와 에베소서인데, 본문에서는 지명을 코린트, 에페수스로 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읽는 이가 이를 읽기 더 쉽다고 하겠는가? 성경을 읽는 미래 세대나 오늘의 사람들에게 혼란이 없겠는가?

마이클 송
전 동서성서학회 초역위원
LA 동서성서학회(회장 김영휘)는 하나님의 절대무오한 말씀인 성경이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 중 생긴 오류들을 건전한 비판을 통해 고민하고 변화시켜 가려는 학회이다.

충북 출생, 배재 중고등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졸업
한국 원자력 연구소 연구원
미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원자핵공학 석사
1990년대 이래 에너지 시스템, 반도체 공정장비, 온도 압력 레벨 측정장비, 제약 공정, 석유화학공업 EPC 전문가 및 수소생산 공정 전문가로 활동
2000년경부터 LA 소재 동서성서학회에서 초역위원으로 활동
2005년–2010년, 크리스천 뉴스위크(크리스천 위클리 전신), 크리스천 투데이 외 다수 기독교 언론에 성경 번역 및 성경관련 컬럼 다수 기고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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