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형 칼럼] ‘사탄과의 대화’ 주선하는 AI
성경 속 인물들과 가상 대화
‘Text With Jesus’ AI 앱 논란
설정 변경 시 사탄과도 대화
경계심 흐려지는 등 부작용
민감한 주제 중립적·우회적
본질적 신앙, AI 대신 못해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Text With Jesus’라는 앱이 큰 주목을 받으며 동시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앱은 GPT 기반의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예수님을 비롯한 성경 속 다양한 인물들과 문자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신개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예수님이나 요셉과 같은 몇몇 인물과의 대화는 무료로 제공되고, 월 2.99달러의 프리미엄 버전을 구독하면 열두 사도, 모세, 다윗 등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많은 인물과도 자유롭게 채팅할 수 있습니다.
이 앱이 큰 논란을 빚은 이유는 ‘사탄’과의 대화 기능 때문입니다. 이 기능은 기본적으로 비활성화돼 있지만, 프리미엄 구독자가 설정을 변경하면 가능하게 됩니다.
이 앱을 개발한 회사는 성경 속 모든 인물을 포괄적으로 체험하게 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하면서, 사용자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사탄이 답장을 보낼 때마다 뿔 달린 이모티콘을 붙여 구분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사탄을 ‘거짓의 아비, 미혹하는 자’로 규정하고, 성도들에게 그를 경계하며 대적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팅이라는 친근한 형태로 사탄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사탄에 대한 경계심이 희미해지고 따라서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구나 “사탄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 않나?”라는 잘못된 인식을 얻기 쉽습니다.
무엇보다 이 앱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매우 중립적이고 우회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예컨대 동성애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AI 예수는 “성경에도 언급이 있지만 해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놀라운 점은 AI 사탄 챗봇 역시 “성경에서 동성애 행위는 죄로 간주하지만, 모든 이웃에게 친절과 존중을 보여야 한다”는 비슷한 논조의 답변을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이용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AI 예수와 AI 사탄이 유사한 답변을 내놓음으로써,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동성애 행위를 죄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AI가 제공하는 애매모호하고 중립적인 답변은 오해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앱 개발자는 이러한 중립적 답변에 대해 “논란이 될 주제에서 공격적이거나 불쾌감을 주는 것을 피하도록 디자인했으며, 민감한 이슈는 해가 없게 답변하도록 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므로 AI를 통해 이슈에 대한 정확한 답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인공지능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AI 서비스에 대해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용해야 할까요? 먼저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한다고 해도 성경 말씀을 직접 읽고 묵상하면서 깨닫는 신앙의 본질적 면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나님 말씀에 대한 깨달음은 내 안에 임재하신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AI를 통한 빠른 답이 아니라 진정한 깨달음을 얻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사탄과의 대화와 같은 기능을 사용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술적 호기심이나 오락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사탄과의 대화는 우리의 신앙을 혼탁하게 만들 것입니다.
기술 발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통제하는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자유의지가 우리에게 있고, 우리는 다스려야 할 사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AI에 의해 통제받고 AI가 제공한 결과에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AI를 하나님의 선한 방향으로 이끄는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하는 분별력과 지혜가 필수적입니다.
AI 서비스를 서둘러 이용하려는 마음보다 하나님 말씀에 대한 깨달음이 우선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사탄의 전략에 눈을 뜨고 당하게 된다는 사실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AI 시대는 이전의 그 어떤 시대보다 영적 분별력이 중요하고 필요한 시대입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라(요일 4:1)”.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