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헌혈자의 날’은 해마다 생명의 혈액을 나눈 헌혈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헌혈의 가치를 알리는 뜻깊은 기념일이다. 이 가운데 헌혈은 물론 장기기증까지 실천해 생명을 살린 그리스도인들이 있어 이목을 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9년까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969명 가운데 59%인 573명이 기독교인이며, 이 중 136명은 목회자다. 헌혈이 ‘생명을 살리는 피’를 나눴다면, 장기기증은 ‘살아 있는 몸’까지 내어준 최전선 사랑이었다.
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그 길을 연 인물이다. 1968년 우석대병원(현 고려대병원) 원목으로 근무하던 중 응급환자에게 혈액 380cc를 내주며 생애 첫 헌혈을 한 그는, 1991년 국내 최초로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며 장기기증 운동의 물꼬를 텄다.
표세철 목사는 690회 헌혈로 실천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1978년 고교 1학년 시절 우연히 마주친 헌혈 버스 앞 설명을 듣고 헌혈을 시작했다. 이후 47년 동안 매달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첫 헌혈 13년 뒤, 그는 스물아홉의 나이에 신장을 기증했고, 이 수술이 계기가 돼 수혜자의 어머니가 또 다른 환자에게 신장을 내놓는 국내 첫 ‘신장이식 릴레이’가 탄생했다.
이태조 목사는 신장과 간을 모두 내어준 산증인이다. 그는 1993년 200회가 넘는 헌혈로 혈액 나눔을 이어가던 중,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어줬다. 12년 뒤인 2005년에는 말기 간암 환자에게 간 절반을 나눠 두 번째 생명을 살렸다. 이 목사는 “예수님이 내게 생명을 주셨는데,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받은 사랑을 나누는 순종은 당연한 도리”라고 전했다.
윤석정‧윤여명 부자는 ‘세대 계승’형 생명나눔 모델을 보여 준다. 윤석정 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정기헌혈을 이어가던 중 “건강한 사람은 신장 하나를 기증해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1994년, 스물네 살 젊은 나이에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수술 직전까지 “신장을 받을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대학 졸업식 날 완쾌한 수혜자와 남편이 찾아와 감사의 눈물을 흘린 장면을 잊지 못한다. 이 모습을 곁에서 자란 아들 윤여명 씨는 2019년 스물세 살에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숫자는 이들의 헌신 가치를 더욱 또렷이 한다. 국가통계포털(KOSIS)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헌혈 실적은 285만5540건 이었지만 같은 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7만563명에 그쳤다. 헌혈 참여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과 달리 장기기증은 여전히 낮은 벽을 못 넘고 있는 셈이다.
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첫 생명나눔을 헌혈로 시작해 하나님께 받은 생명을 이웃과 나누는 장기기증까지 실천하는 기독교인들이 많다.”라며, “헌혈이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처럼 장기기증 역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나눔으로 인식되어,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앞장서 달라”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