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의 모든 것을 미국이 심어 놓은 것으로 여겨”
자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uhansk People’s Republic)으로 불리는 지역의 크라스노돈(Krasnodon)에 위치한 한 교회는 지난 6월 8일 예배가 끝난 뒤, 당국자들이 찾아와 등록 서류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교회는 현재 미등록 상태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핍박받는 기독교인을 지원하고 그들과 동역하는 한국순교자의소리(이하 한국 VOM)에 따르면, 지난 5월 러시아 내, 혹은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의 개신교회 네 곳이 당국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정부에 등록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할 때까지 예배당을 봉쇄하고 사용도 금지한다는 것이 당국의 공통된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새로운 세대의 러시아 검찰과 당국은 복음주의 개신교 종교 활동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예배를 단속하고 있다. 당국은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교회’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교회’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당국자들에 의해 폐쇄된 교회 네 곳은 조지아에서 가까운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 크라이(Krasnodar Krai) 지방의 쿠르가닌스크와 소치,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툴라, 그리고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자칭 ‘루한스크 인민 공화국’에 각각 위치해 있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쿠르가닌스크에 있는 교회는 2024년 9월부터 당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 교회는 미등록 침례교회였는데, 정부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곧 그것이 그 교회의 중대한 신념의 일부라는 의미였다. 2024년 9월, 쿠르가닌스크 지방법원은 그 교회가 크라스노다르 관할구 법무 당국에 소위 ‘종교단체 활동 개시 신고서’를 제출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했다.
그 교회는 그 판결에 대해 먼저 쿠르가닌스크 법원에 항소하고, 그 다음에는 고등법원에 항소하고,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항소했지만 기각됐다고 한다. 그런 뒤 5월 16일, 정부 기관 세 곳에서 나온 사법 집행관들이 그 교회 예배당에 도착해, 교인들에게 즉시 건물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2025년 5월 19일, 그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Alexander Alexandrovich) 목사는 계속 등록을 거부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같은 달 그곳에서 300km 떨어진 소치의 한 미등록 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 남성이 제복을 입은 경찰과 다른 어떤 사람을 대동하고 예배 중인 교회에 들어와, 자신은 국가안보국 요원이고, 다른 사람은 검찰청에서 나왔다고 신원을 밝혔다.
그 남성은 장로가 누구인지 물은 다음, ‘서류’, 즉 그 교회가 정부에 등록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 교회의 장로 한 명이 그곳은 개인 주택이라고 말했지만, 그 남성은 그곳이 공공장소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예배 장소와 참석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5월 18일,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툴라에서는 평상복 차림의 방문객 두 명이 교회 오전 예배에 참석한 뒤, 저녁 예배에도 다시 참석해 예배 장면과 참석자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교인들은 저녁 예배 때 이들이 범죄수사국 소속 경찰관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배가 끝나자 경찰관 한 명과 정부 요원 두 명이 예배당에 들어와 ‘수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정부에 등록도 되어 있지 않은 교회가 어떻게 예배를 드리느냐? 누가 강단에서 설교했느냐’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두 방문객이 촬영한 예배 참석자들의 영상 녹화본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했다.
5월 30일, 러시아가 통치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당국자들이 체르노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한 교회의 예배당에 들이닥쳤다. 한 경찰관은 자신이 “연방보안국의 명령을 따라 교회 건물을 봉쇄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공산주의 정부에 교회를 등록하고 그들의 지침을 따를 것인가 여부의 문제는 그 지역 교회들에게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녀에 따르면, 2014년 친러 성향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 소위 인민공화국이 선포된 이후, 그 두 지역의 개신교회들은 당국에 등록하고 당국에서 요청할 시 등록증 사본을 제출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한 교회 지도자는 “예배는 당국이 허용하는 시간과 장소에서만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자들은 개신교의 모든 것을 마치 미국이 심어놓은 것처럼 여기고, 오직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의 러시아정교회만이 합법적 교회로 운영될 권리를 갖는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한국 VOM은 대중 호응도가 높은 러시아어 페이스북 페이지 <Голос мучеников(골로스 무체니코프, 순교자의 소리)> 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과 러시아 내부에서 핍박받는 기독교인 및 교회와 비공개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과 러시아 내부 전역의 등록되지 않은 교회 지도자들이 기도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