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산불 피해 경북 교회들 찾아 성금 전달 및 위로
청송·영덕·의성·안동 연달아 방문
지역 기독교연합회들 통해 지원
전소된 교회 사역자들 망연자실
방문단 위로와 성금에 감사 전해
총 2,500만 원 전달 후 추가 지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고경환 목사, 이하 한기총)가 대형 산불로 피해를 당한 경북 지역 교회들을 직접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고경환 목사, 사무총장 김정환 목사, 비서실장 이의현 목사 등은 4월 17일 하루 동안 경북 지역 6곳을 도는 강행군을 펼치며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한기총은 지난 4월 2일 임원회(긴급)를 열고 산불 피해 교회들을 위해 고경환 대표회장이 1천만 원을 기부하고, 회원 교단·단체들의 모금을 더해 지원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한기총 회원들은 모금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고경환 대표회장 등 방문단은 이날 새벽 5시 40분경 고 대표회장이 시무하는 경기 고양 덕양구 순복음원당교회에 모여 출발했다.
방문단은 방문하는 피해 지역마다 목회자를 위해 기도하고 손을 잡아주며 위로했으며, 지역 기독교연합회를 통해 성금을 전달했다.
이들은 3시간여를 달려 경북 의성을 지나 청송에 도착했다. 경북 지역에 들어서 남으로 향할수록, 도로 양옆 산과 나무, 가옥들에 당시 화재의 흔적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일부 지역은 철거와 복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날 방문한 지역 교회들은 아직 복구는 엄두도 못 내는 듯했다.

청송군기독교연합회 회장을 지낸 이상춘 목사의 목계교회는 2층 규모의 교회 건물을 비롯해 바로 뒤 사택까지 전소돼, 철제 골조만 남은 상태였다. 산 바로 아래 접해 있던 목계교회는 모든 것이 다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상춘 목사는 “이 시골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마을에는 24가구가 전소되고 1명이 사망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며 “지금은 저 아래 창고를 빌려 예배드리고 있다. 힘들지만, 복음 사역을 계속 해 나가겠다. 새 교회 건물을 세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주님을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1시간 이상 이동한 방문단은 영덕기독교연합회 회장 이충연 목사(류천교회)의 인도로 화마에 교회 건물과 모든 집기가 잿더미로 변한 축산면 새벧엘교회(담임 신성희 목사)를 방문했다. 신 목사의 아내 이드보라 목사는 같은 곳에서 마하나임기도원을 운영 중이었고, 2년 전 사택을 리모델링했지만 이번 화재로 모두 불에 탔다.
이드보라 목사는 “산불로 지역 전체가 급속도로 불구덩이로 변하고 있었기에, 아이들과 필사적으로 봉고에 탑승해 달렸다. 도로에 있던 전선으로 불이 옮겨붙어 자칫 차 안에서 모두 타 죽을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 속에서도 저희 네 식구를 살려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며 “좌절할까 두려워, 그날의 끔찍한 상황을 떠올리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목사는 “성전과 사택이 순조롭게 회복되기만을 바란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되게 하시리라 믿는다”며 “현재 경북교육청 해양수련원에 위치한 임시처소 4인실에서 기도와 예배로 주님께 도우심을 구하며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삶의 터전을 잃고 몸만 빠져나와 빈털털이가 된 저희들에게, 믿음으로 하나님의 기적들을 체험하게 하시려는 것 같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놀랍고 크심을 깨닫게 하신다”며 “귀한 걸음을 해주셔서 몸소 보여주신 하나님 사랑의 실천에 감동이 된다. 더욱 새 힘을 얻어 일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영덕군기독교연합회 회장 이충연 목사는 산불 피해를 입은 영덕 지역 교회가 총 12곳이라고 설명했다. 상태가 매우 심각한 교회는 경정·매정·오천·충성·화천·빛과소금·석동 등 7곳이고,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은 교회는 노물반석·신양·낙평·오보·구세군신안 등 5곳이다. 12곳 중 8곳이 예장 통합 소속이었다.
교인들 피해도 속속 접수되고 있다. 총 34곳의 교회에서 177명의 성도들이 피해를 호소했으며, 피해 사례 중 주택 전소가 103가정으로 가장 많았다. 영덕군 전체로는 주택 1,561세대와 점포 218개소, 차량 46대, 농기계 1,188대, 어선 28척, 농작물 109ha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점심식사 후 다시 1시간 20분 정도를 달려 의성군으로 향했다. 이번 산불 발화지이자 가장 피해가 컸던 의성 지역 목회자들은 방문단을 단촌면 하화교회로 안내했다. ‘120년 역사 교회’로 이번 산불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했던 바로 그곳이다.
1904년 설립돼 일제 박해도 견뎌냈던 하화교회는 사진에서 본 대로 벽돌 뼈대만 겨우 남아 있었다. 내부는 완전히 불에 타 사라졌고, 바로 오른쪽에 있던 사택도 전소됐다. 고경환 대표회장과 목회자들은 이곳에서도 지역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성금을 전달했다.

하화교회 김진웅 목사는 “뼈대를 남겨두고 리모델링을 할 생각인데, 어르신들이 다니시기에 진입로 경사가 급하다는 의견이 있어 완전히 뜯어고칠 수도 있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의성 지역에서는 이 외에 교회 건물 외 인근 안동 지역에 위치한 기도원 건물이 전소된 세광교회(담임 황상모 목사)도 방문해 기도하고 위로했다.

방문단은 마지막으로 안동 남문교회를 찾아, 안동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임정순 목사에게 현황을 청취하고 성금을 전달했다. 임정순 목사는 “주신 성금을 피해 입은 교회들에게 잘 나누겠다”며 “오는 4월 20일 안동 지역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헌금 전액을 산불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기총은 이날 청송·영덕·의성·안동 기독교연합회에 각 5백만 원씩을 전달했으며, 한기총 회원 교단 교회이기도 한 영덕 새벧엘교회에는 별도로 5백만 원을 지원하는 등 총 2,500만 원을 기부했다. 한기총은 이후에도 산불 피해 지역 기독교연합회들과의 소통을 통해 추가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고경환 대표회장은 이날 오후 8시 시무하는 순복음원당교회에서 고난주간 집회 설교가 예정돼 있었음에도 방문단을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으면서, 지난 2월 한기총 기도회에서 회원들을 위해 직접 바비큐을 굽고 샐러드를 만들던 ‘섬김 정신’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