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49] 제3차 전도여행(36) 니고볼리(4)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 건설
악티움 승전 영구 보존할 의도
그리스와 로마 문화 통합 상징
자유 그리스인 도시 특별대우
로마 제국 쇠퇴하며 점차 축소
10세기 이후 폐허 돼 오늘까지
니고볼리 유적지는 그리스 고대 유적지 가운데 가장 넓게 자리잡고 있음에도, 수도 아테네에서 먼 거리에 있어 그런지 방문객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전 10시경에 도착하였는데도 다른 방문객은 보이지 않고, 필자 일행(집사람, 손녀 2명) 밖에 없었다. 정문으로 들어가서도 다른 방문객을 볼 수 없었다.
유적지 안에 있는 언덕 위에 올라가 유적지 전경을 보니, 고대에 만들어 놓은 성벽이 멀리까지 계속되고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로마 제국 초대 황제인 옥타비아누스는 아마 자기가 기원전 31년 승리한 악티움 해전의 영광을 영구히 보존하려고, 이렇게 큰 도시를 만들었나 보다.
오늘날 그리스 이피루스(Epirus)주에 속한 이 지역에는 청동기 시대(기원전 10-3세기)에 이미 남부 그리스 주민이 와서 거주하기 시작해 기원전 4세기경 카소페안(Cassopaens) 부족이 세운 그리스 고대 국가 카소페아(Cassopaea) 수도인 카소페(Cassope, Kassope)가 자리잡고 있었다.
카소페는 기원전 3세기 융성했으나, 기원전 168-167년 로마군에 의해 파괴되고 주민은 포로가 되어 노예로 잡혀갔다. 그 후 황페한 땅이 되어 버린 이곳에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을 격파한 악티움 해전 승리의 영광을 기념하려, 이‘승리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니고볼리(Nicopolis)를 건설하였다.
이렇게 니고볼리는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도시이지만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국으로 된 것을 기념하고, 이어서 좀더 각도를 넓히면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에 의한 세계평화와 질서유지)의 시작을 기념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승리자 옥타비아누스는 황제가 되려고 니고볼리를 정치적 선전물로서도 활용했다. 즉 앞서 언급했듯 그는 악티움 해전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통해 로마에서 오래 지속되던 내전을 종식시키고 ‘팍스 로마나’가 시작됐음을 세계에 알리려 한 것이다.
또 니고볼리는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통합을 상징하는 도시이므로, 역사가들은 니고볼리를 고대 세계 역사에서 대변곡점을 만든 사건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니고볼리가 건설되면서, 로마인과 그리스인들이 들어와 거주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온 그리스인들은 거의 퇴역 군인과 농부들로, 옥타비아누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로마 제국은 니고볼리에 자치권을 주어 ‘자유 그리스인 도시(Civitas Libera Nicopolitana)’라 부르며 자체 화폐를 발행하는 등 많은 권리를 주면서 로마 제국 안 다른 지역보다 특별한 대우를 해 줬다.
이러한 특별 대우를 받으며 니고볼리는 서부 그리스 지역에서 행정과 지적 학문의 중심지가 돼, 짧은 기간 급작스럽게 번영해 1세기에 이미 해상 및 육상 무역의 중심지로서 국제적 성격을 가진 도시가 됐다.
다신교의 나라 로마 제국은 1세기 중반부터 기독교를 박해했으나, 기독교는 박해를 받을수록 크게 성장한다. 결국 서기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로마 제국의 한 종교로 인정됐고, 그 후 80여 년이 지난 서기 392년 로마 제국 국교가 됐다.
그러나 번영하면 쇠퇴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즉, ‘팍스 로마나’가 끝나갈 무렵, 로마 제국이 동서로 갈라지고 콘스탄티노플(오늘날 이스탄불)이 동로마 제국 수도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마 제국 국경선이 북쪽 야만족의 침략 목표가 됐다. 그러므로 니고볼리는 점차 도시 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재위 기간 중(527-565넌) 기독교와 교역이 다시 발전하게 된다.
오늘날 니고볼리 유적 안에 있는 고대 예배당 건물 바닥과 벽에 있는 모자이크 타일이 당시의 놀라운 문화 수준을 말해준다. 당시 기독교인들이 만든 장중한 성벽은 데살로니가 언덕에 있는 웅장한 성벽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10세기 이후 니고볼리는 점차 기울어지다, 폐허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니고볼리와 기독교는 다음 회에서 이야기하겠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